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35명로 떨어져, 유엔이 정한 초저출산 기준선인 1.4명보다 낮아졌다고 전했다. 초저출산 기준선인 '합계출산율 1.4명'은 출산율 감소 추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의미다.
에스토니아(1.31)와 오스트리아(1.32)도 독일과 함께 초저출산 국가 리스트에 올랐다. EU 내 초저출산 국가는 전년까진 몰타·스페인·이탈리아·리투아니아·폴란드·룩셈부르크·그리스·핀란드·사이프러스 등 9개국이었는데, 이번에 독일·에스토니아·오스트리아 3개국이 추가돼 12개국으로 늘었다.
저출산은 이미 EU 전역의 공통된 현상이 됐다. 지난해 기준 EU 회원국의 출생아는 총 366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해 연간 감소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최저치였다.
전문가들은 유럽내 저출산 심화의 원인으로 정치·사회적 격변을 꼽았다. 그간 꾸준히 출산율이 낮아지는 추세가 지속돼 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경제 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및 실업률 증가, 심각한 물가 급등이 겹치면서 출산에 저출산 기조가 급격히 강화됐다는 것이다.
복지로도 해결 안된 저출산…"미래 불안 요소 없애야"
영국의 사우스햄튼대 인구학 교수인 앤 베링턴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거나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될 때, 인플레이션으로 생계가 고민될 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때 아이를 낳는 데 주저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적·정치적 격변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저출산은 극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수석 경제학자인 빌렘 아데마 역시 "경제·사회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졌을 때 젊은이들이 기꺼이 '부모'라는 새로운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서 "지금의 젊은 세대 사이엔 '나 살기도 불안하고 어려운데, 부모가 되는 책임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유럽 전역에 노동 인구 감소, 의료 및 연금 지출 비용 증가로 국가 재정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의 로마루이스 대학 인구학 교수 마리아 리타 테스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교육·취업·정신건강·주택 구매 접근성 등 전방위적으로 청년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전쟁·기후 위기 등 미래 불안 요소를 제거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