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냐 X냐 줄을 서라…이번엔 ‘다수결 지옥’

3년 만에 돌아온 성기훈(이정재)의 복수가 시작됐다. ‘낙오되면 죽는’ 살벌한 게임 세상에서 “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쳤던 기훈은 비인간적인 착취의 판을 뒤집는 데 목숨을 건다. 2021년 공개돼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역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콘텐트로 꼽히는 ‘오징어 게임’이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정식 공개도 되기 전인 지난 9일(미국시간), 내달 5일 열릴 제82회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로 선정돼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작비 1000억 투입, 시즌3까지 제작
시즌2는 시즌1에 이어 황동혁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그는 제작비 약 1000억원을 이상을 들여 시즌2, 3을 한 호흡에 만들었고, 이 중 7개의 에피소드를 시즌2로 먼저 꺼냈다. 공개에 앞서 지난 9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황 감독은 “후속 시즌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 편 가르기에 대한 풍자로서 ‘서로 간의 구별’을 시즌2의 중요한 테마로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전편에서 보여준 인간성이 말살된 풍경, 약육강식의 세계관은 시즌2에서 더 확장된다. 기훈은 ‘게임을 없애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프론트맨(이병헌)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선다. 시즌1에서 받은 456억의 상금으로 허름한 모텔에 아지트를 꾸리고 프론트맨에 대항할 자신만의 군대를 모집하고 무기도 사들인다. 앞서 프론트맨에 총을 맞았던 황준호(위하준)도 살아 돌아와, 이 군대의 멤버가 된다. 프론트맨은 게임 참가자들을 “이미 경쟁에서 진 사람”이라 부르며 자신은 이들에게 ‘목숨을 담보로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복잡하고 비열해진 게임 방식으로 참가자들의 경쟁과 증오를 부추긴다.

드라마의 핵심 장치이자 볼거리인 게임의 종류는 시즌1보다 다양해졌다. 전편의 대표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첫 게임으로 다시 등장한다. 황 감독은 한국의 전통 게임을 이번에도 적극 활용했다. 달고나 게임 대신 딱지치기, 비석치기, 팽이 돌리기, 공기놀이, 제기차기까지 한국의 전통 놀이를 릴레이로 시간 제한 안에 해내야 하는 새 게임이 등장한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 도입된 ‘O, X 투표’다. 생존자는 매 게임이 끝난 후 진행되는 ‘O, X 투표’를 통해 게임을 계속 할 것인지, 그만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다수결 투표로 ‘X’가 선택된다면, 쌓인 목숨 값을 생존자 수대로 나눠 갖게 되고 그대로 게임은 끝난다. 기훈은 다같이 ‘X’를 선택해 게임을 끝낼 것을 독려하지만,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죽여 N분의 1로 받아 갈 상금도 늘리겠다’는 생각에 골몰한다. 투표라는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압살로 나타나는 현실에 대한 풍자다. 황 감독은 “한국도 그렇지만 전 세계가 분열되고 서로가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2’의 인간들이 현실과 무척 닮았음을 느낄 수 있고, 작품을 통해 사회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YT “오징어게임 매직 다시 시작될 것”

‘오징어 게임’ 팬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징어 게임’ 팬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징어 게임2’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는 공개 전부터 높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3일 “‘오징어 게임’ 매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했고, CNN은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0월부터 아시아·유럽·미주·남미 등 11개국 유명 관광지에선 시즌2 시사회 티켓을 건 4.56㎞ 달리기 대회(미국 로스앤젤레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상금을 건 달고나 뽑기(호주 맥도널드) 등의 이벤트가 진행돼 새 시즌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1은 공개 첫 13주 간 시청수 2억6520만뷰로 1위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28억 뷰를 달성했다. 누적 시청시간 22억520만 시간 등 모든 부문에서 넷플릭스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시즌1의 성공으로 팬층이 탄탄하게 형성돼있는 데다 시즌2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도 높아, 전작을 뛰어 넘는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