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자 판사’ 문형배, 강하게 尹 탄핵 의견낼 것” 이런 장담 왜

피고인, ‘자살’이라는 단어를 열 번만 연이어 외쳐보세요.
2007년 2월 7일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열린 형사3부 재판에서 재판장이 뜬금없는 주문을 했다. 여관방에 불을 질렀다가 붙잡혀 기소된 피고인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재판장의 권유가 몇 차례 이어진 뒤에야 그는 주문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자살자살자살자살...
 
그의 낭독이 끝나자 재판장이 입을 열었다. 

피고인이 외친 ‘자살’이 우리에겐 '살자'로 들립니다. 
 
법정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피고인의 방화는 자살을 위한 수단이었다. 카드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한 처지를 비관한 끝에 해서는 안 될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재판장의 발언은 이어졌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죽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살’이 ‘살자’가 되는 것처럼, 때로는 죽으려고 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책을 읽어 보고 난 뒤에나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신문 지상을 통해 한때 세간에 널리 회자했던 이야기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때 그 재판장이 문형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살자 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탄핵심판 인용)과 ‘살자’(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될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으리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까, 반대할까. 여기 한 법관의 도발적 장담이 있다. 

분명히 찬성할 겁니다. 찬성 의견도 굉장히 강하게 쓸 겁니다. 
 
장담의 근거는 무엇일까. 탄핵심판 결과를 조금이라도 점쳐본다는 차원에서 문 재판관의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자. 

‘어른 김장하’, 빈농의 자식을 법관으로 만들다 

그의 초년은 위인전 구조 그대로다. 문 재판관은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너무 가난해 친척들로부터 낡은 교복과 교과서를 물려받으면서 겨우 중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빈농의 자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는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그때 ‘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법관 문형배는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다음은 인사청문회 때 그가 밝힌 내용이다. 

고등학교(진주 대아고) 2학년 때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언급했던 김장하 선생은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말한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건립해 경상남도에 기증했고 수백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독지가다. 지난해 MBC 경남이 그를 주제로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교양 작품상을 받았다. 

2023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 수상작인 휴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60년 넘게 펼쳐진 김장하 선생의 숨은 선행을 담아냈다. 사진 MBC경남

2023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 수상작인 휴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60년 넘게 펼쳐진 김장하 선생의 숨은 선행을 담아냈다. 사진 MBC경남

김 이사장 덕택에 그는 공부에 전념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연수원 18기)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연수원 수료 후 그의 행보는 일반적인 엘리트 판사와 조금 달랐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어떤 입장에 설까. 

“문 재판관은 이념적 성향이 강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판결을 통해 이념을 드러낸 적은 없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형 시국 사건을 맡은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로서는 드디어 자기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죠. 분명히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거고, 의견도 굉장히 강하게 쓸 겁니다.”

(계속)

 
한 고법부장 판사가 내놓은 이 예상은 적중할까요.
힌트를 얻기 위해 앞서 그가 다룬 두 건의 탄핵심판 사건을 다시 되돌아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1255


 
〈헌법재판관 6인 해부〉 더 많은 정보를 보시려면? 

“문형배 판박이, 100% 尹 탄핵” 화천 이발소 딸 이미선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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