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종석 전 헌재소장 등의 퇴임 이후 75일 만에 6인 체제를 벗어나 ‘8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31일 오후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조한창(59·연수원 18기) 신임 헌법재판관을 공식 임명하면서다. 두 신임 재판관은 임기 시작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전원 재판부에 합류한다. 이에 따라 ‘국회 선출 재판관 3인이 전부 공석인 6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위헌 등 주요 결정을 할 경우 헌법적 정당성이 없다’란 의결정족수 논란도 해소됐다. ‘8인 재판부’는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렸을 때와 같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가 31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이로써 헌법재판소는 75일 만에 '6인 체제'를 끝내고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와 같은 '8인 재판부' 체제를 구성했다. 연합뉴스
정계선, 사시 수석…진보 성향 국제인권법연구회장 출신
1969년생인 정계선 신임 재판관은 충주여고를 졸업하고 당초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법을 공부하면 정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해”(지난달 23일 후보자 청문회 발언 중) 재수 끝에 서울대 공법학과에 진학했다.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하고, 사법연수원 27기를 수료한 뒤 서울지법·서울행정법원·청주지법 충주지원·서울고법 등지에서 근무했고, 2010년부터 2년간 헌법재판소 파견 근무를 한 경험도 있다. 2017년부터 서울중앙지법 ‘여성 최초 부패전담부장’을 맡아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횡령 등 사건에서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려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82억원을 선고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창립한 국제인권법연구회 9대 회장 외에도 젠더법연구회 회장,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 2대 회장 등을 지내 법원 내에선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다만 성향과 무관하게 실력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 “큰언니·큰누나같다”며 주변의 신망이 높다는 평이 많다.
조한창 “판사 체포, 사법부 독립 침해 중대 사건”
조한창 신임 재판관은 1965년생으로, 서울 상문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28회에 합격해 연수원 18기를 수료했고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법·서울고법·제주지법 등에서 근무했고 엘리트 코스로 꼽히던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도 지냈다. 2013년 고법부장판사로 승진한 뒤 202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퇴직했다. 이후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로 쭉 활동하다가 올해 6월과 11월 잇달아 대법관 후보자 최종 명단에 추천받기도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2015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일 때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 재판부에 “신중하게 검토해 주셨으면 좋겠다”란 뜻을 전달했단 이유로 재판 개입 의혹을 받아 이후 김명수 코트에서 법원장에 임명되지 못한 채 법복을 벗어야 했다.
보수 성향의 법조인으로 알려졌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통치행위도 사법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등 전향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헌법 정신은 국민주권주의를 기본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함께 법에 의해 국가 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자의적 지배를 배격하는 법치주의가 근간”이라고 했고, “(통치행위도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존중하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12‧3 계엄 당시 전현직 판사가 체포 대상이 된 데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이고, (사실이라면) 국헌문란 여부에 대한 판단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두 재판관의 취임으로 8인 재판부가 구성되면서 그간 재판관 한 명이 탄핵심판 주심을 많게는 4건씩 맡는 등 업무가 과중되던 헌재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간 심리를 멈추지 않고 윤 대통령 사건과 동시에 진행해오던 한덕수 국무총리 등 9건의 탄핵심판을 포함한 주요 사건에 두 신임 재판관도 즉시 투입된다. 그간 정당성 논란 및 물리적 업무 과중으로 다소 지연되던 헌재 사건 심리에 전반적으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