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경진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와 CJ제일제당 연구팀이 PET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고성능 바이오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쿠부M12’(Kubu-PM12)는 0.58g만으로 1㎏의 PET 플라스틱을 1시간 이내에 45%, 8시간 만에 90%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과기정통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3일 게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간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선 매년 4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인 PET 플라스틱은 페트병, 의류, 안전벨트, 테이크아웃컵, 차량매트 등 일상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국내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77%(환경부) 수준이다. 대부분 라벨 제거 후 분쇄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열로 녹인 뒤 굳히는 ‘기계적 재활용’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은 재활용 할수록 소재 품질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PET 플라스틱을 열로 녹이거나 용매제로 분해해 원료를 만들어내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도 있다.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커 완벽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생물학적 재활용’ 방식 찾다
그 결과 쿠부(Kubu-P)라는 신규 PET 플라스틱 분해 바이오 촉매를 찾아냈다. 이후 효소 공학 기술로 쿠부를 개량했고, 이번 쿠부M12 발표로 이어졌다. 쿠부M12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 저온과 고온 모두에서 잘 작동하고, 특히 물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물에 플라스틱 조각들을 넣은 뒤 쿠부M12를 투입하면 목표 분해 물질인 PET에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이 같은 분해 방식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고, 재활용 한 소재의 품질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방식으론 재활용이 어려웠던 혼합 플라스틱에도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유색 플라스틱 조각, 알루미늄 등이 섞인 C급 플라스틱을 쿠부M12를 통해 재활용해 페트병을 생산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기술이 석유화학산업을 넘어 국내 화이트바이오(재생 가능한 자원을 원료로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을 생산하는 기술) 연구 상용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재활용 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이 나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연구실과 현장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를 상용화 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복합적인 기술이 함께 연구되고, 논의돼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