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농업 비자, 울산은 조선업 비자…지방마다 따로 뽑는다

부산시가 지난해 7월 개최한 지역특화형 비자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한 참가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가 지난해 7월 개최한 지역특화형 비자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한 참가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법무부 ‘광역형 비자’ 공모에 지자체 분주 

자치단체가 외국인 체류 자격을 설계하는 ‘광역형 비자’ 도입을 앞두고 전국이 외국인 유치 경쟁에 나섰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광역 자치단체가 외국에서 온 전문인력에 대한 학력과 경력, 유학생 재정 능력 등 체류 기준을 정하는 광역형 비자 제도가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전국 동일 기준이던 비자 발급 요건을 지역 실정에 맞춰 바꿀 수 있는 게 핵심이다. 각 지자체가 산업 여건과 인력 수요를 고려해 광역형 비자를 제안하면 법무부가 승인·발급하는 방식이다. 비자를 발급해준 해당 자치단체에만 머물 수 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를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 중이다. 

광역형 비자는 유학 비자(D-2)와 특정활동 비자(E-7)에 우선 적용한다. D-2 발급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 입국에 걸림돌이던 재정 능력(수도권 연 2000만원·지방 1600만원 이상)과 영리목적 취업활동 금지 조건을 풀 수 있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도 입국 후엔 생활비를 벌며 공부할 수는 길이 열렸다. E-7은 학력과 경력, 임금 요건을 지자체가 직종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기본 체류 기간은 D-2가 2년, E-7은 3년이며 경우에 따라 연장도 가능하다고 한다. 법무부는 “지역의 경제·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비자”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충북도립대에서 열린 K-가디언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피켓을 들고 있다. K-가디언은 지역의 민관산학 협력자원을 활용한 유학생 후견인 제도다. 사진 충북도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충북도립대에서 열린 K-가디언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피켓을 들고 있다. K-가디언은 지역의 민관산학 협력자원을 활용한 유학생 후견인 제도다. 사진 충북도

자치단체가 체류 기준 설정 가능…3월 시행 

충북도는 외국인 유학생이 학업과 취업 활동을 병행하는 것을 돕는 ‘충북형 광역 비자’를 준비 중이다. 유학생 사증 심사 때 재정보증을 완화해 줄 것과 제조업 시간제 취업을 위해 필요한 언어능력 기준 완화(TOPIK 4급→3급)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다. 김태범 충북도 K유학생추진팀장은 “외국인이 D-2 비자를 받으려면 연간 1600만원 이상의 잔고 증명서로 재정 능력을 입증해야 하지만, 과도한 금액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며 “대학과 자치단체에서 외국인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면 해당 금액만큼 재정 능력 기준을 완화하는 광역형 비자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역시 유학생 유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만간 지역 대학과 회의를 열어 추천 요건 등에 대한 공통 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장은숙 전북도 외국인국제정책팀장은 “광역비자를 통해 유학생이 많이 들어오면 지역 대학 학생 수 감소와 인구 소멸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는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 시·군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 문을 열 예정인 해외인재유치센터에서 지역 맞춤형 인력을 선발해 기업과 매칭할 예정이다. 향후 광역비자 본 사업이 시작되면 도입 업종을 농업·돌봄 등으로 확대하고 도입 국가도 점차 다변화할 계획이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3월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으로 조선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청,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지난해 3월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으로 조선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청,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업·농업·돌봄 인력까지…지자체 수요 다양

이와 관련해 경북도는 지난해 4월 전국 최초로 경북형 이민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목표로 이민자 유치부터 정착 지원까지 정책화한다는 목표다.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는 2002년 7월 전국 최초로 광역비자 도입을 제안했고 현재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전국 최고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며 “광역 비자 표준 모델을 만들어 혁신적인 이민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강원연구원과 강원도교육청, 각 시·군과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광역형 비자 공모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D-2, E-7 중 하나를 골라 2월 초까지 공모 제출안을 완성하기로 했다. 송선영 강원도 외국인정책팀장은 “강원도 상황에 유학 비자 완화가 맞을지 아니면 특정활동 비자가 적합할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에 초점을 맞춘 ‘울산형 광역비자’를 준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 빈곤퇴치고용부와 인적교류 협약을 맺고, 숙련된 외국인 인재를 울산 지역 내 조선업 등에 채용될 수 있도록 약속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청년 유출에 따른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에서 외국인유학생 교류 한마당 행사가 열려 참가한 유학생들이 에어봉달리기 경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1월 부산 남구 동명대학교에서 외국인유학생 교류 한마당 행사가 열려 참가한 유학생들이 에어봉달리기 경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2030년까지 해외 인력 10만명 유치" 

광역시 중 최초로 지역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부산시는 ‘부산형 광역 비자’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 인력 유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는 오는 2030년까지 고급 해외 인력 10만명 유치를 목표로 광역비자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이때까지 지역 내 생산가능인구가 20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 유치를 통해 이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공간환경연구실장은 “광역비자 도입으로 지역의 인구 구조와 환경, 노동 수요, 산업계 요구 등을 반영한 인재 유치가 가능해졌다”며 “장기적으로 가칭 ‘광역비자 특별법’을 제정해 이 제도를 실행한 별도 기구와 인력·예산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