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들 놀랄까봐 카톡 1 못 없애”…돌아온 유류품에 또 울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경찰 등이 유류품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오후 전남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경찰 등이 유류품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의 일부 유류품이 사고 닷새 만인 2일 오후 유족 품으로 돌아왔다. 참혹한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의 마지막 손길이 닿았던 물품들이 돌아오자 유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무안국제공항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자녀 부모 모임에서 여행을 떠났다가 희생된 A씨(45) 유족은 크게 훼손되지 않아 잘 작동하는 휴대전화와 여권, 통장을 받았다. A씨 유족은 “생각보다 내용물이 멀쩡해 놀랐다”며 “휴대전화 속 중·고교생인 조카들이 엄마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확인하면 (채팅방 옆 1이 사라져) 놀랄까봐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남편은 아내를 보내는 마지막 길에 멀끔한 모습이고 싶어서 슬픔을 억누른 채 이발소에 갔다고 한다.

유류품 인계 절차는 이날 낮 12시쯤 시작됐다. 여행용 가방 등 부피가 큰 물품은 성인 두 사람이 들어야 할만한 크기의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에 담겼다. 여권·수첩·휴대전화처럼 비교적 작은 소지품은 갈색 종이 상자에 담겨 전달됐다.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유족들에게 인계됐다. 사진은 그을리고 깨진 희생자의 여행용 가방. 분홍색 이름표에 희생자 이름이 써있다. 오소영 기자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희생자들의 유류품이 유족들에게 인계됐다. 사진은 그을리고 깨진 희생자의 여행용 가방. 분홍색 이름표에 희생자 이름이 써있다. 오소영 기자

그을리고 깨진 한 여행용 가방에는 ‘김OO’이라고 쓴 분홍색 네임태그(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이름을 확인한 유족은 ”어떡해, 어떡해”라고 오열하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화순군청 공무원 희생자 중 한 명인 B씨(42)의 유족은 지갑과 신분증, 다 타버린 휴대전화를 건네받았다. B씨의 어머니는 “아이고 내 새끼, 이거 받아서 어디다 쓰느냐”며 곡을 했다. B씨 여동생은 “건진 유류품마저도 불 끄는 과정에 젖었는지 눅눅했다”며 “남김없이 태워 언니랑 함께 보내주려고 한다”고 했다. 휴대전화 없이 케이스, 여권만 유류품으로 받은 희생자의 유족은 “왜 핸드폰은 안 나오는 건지, 가져가 버린 거냐”며 흐느꼈다.


경찰은 참사 직전 ‘새가 엔진에 들어갔다’ 등 사고 정황을 담은 휴대전화 속 메시지가 나온 만큼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소유자가 확인된 유류품에 한해 유족에게 돌려드리고 있다”며 “상태가 좋지 않아 소유자가 확인되지 않는 유류품은 직권으로 확인해 추후 찾아갈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희생자 141명의 소유로 확인된 202개 유류품이 유족 52명에게 전달됐다. 나머지 유류품도 이르면 내일까지 순차적으로 유족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사고수습본부는 희생자 유류품과 훼손된 시신 수색 범위를 충돌지점 너머의 유휴부지(2400여㎡)까지 넓혔다.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탑승한 버스가 유류품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이 탑승한 버스가 유류품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