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55·구속)씨를 수사 중인 검찰이 명씨의 ‘용산 대통령실 채용 청탁’ 의혹 관련자들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사건 관련자들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확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명태균씨가 지난해 11월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채용 청탁’ 의혹…경북 사업가 등 압수수색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는 전날 경북 지역 사업가 A씨와 B씨 그리고 C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고 한다. A·B씨는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에 피고인으로 신분이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A씨가 2021년 7월 미래한국연구소에 2억원을 빌려줬는데, 이 중 1억원은 B씨가 아들 채용 청탁을 위해 A씨를 통해 명씨 측에 건넨 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운영에 관여한 업체다. C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사내이사로도 등재된 인물로, 명씨 측과 A·B씨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경북 지역 사업가 B씨가 지난해 11월 27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B씨는 아들 채용 청탁을 이유로 경북 사업가 A씨를 통해 명씨 측에 1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대통령실 채용…“청탁 논의한 시점·장소 특정”
실제 B씨 아들은 돈이 오간 그 시기 미래한국연구소에 채용됐다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도 합류했다고 한다.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됐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소장·부소장이었던 김태열(61)씨와 강혜경(48)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 검찰은 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B씨가) 청탁 대가로 1억원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씨는 “명씨가 2021년 6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선된 후 ‘내가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었다’며 주변에 광을 팔고 다녔다. 명태균이 실제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여기저기에서 각종 청탁이 들어왔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씨는 명씨와 A씨 등이 2021년 7월 경남 창원에 있는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에서 청탁 관련 논의를 했다며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도 특정했다고 한다.
명태균씨 사건과 관련해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전 소장이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가 등 의혹 부인 “빌려준 돈이고 일부 못 받아 고소”
명씨와 A씨 등 사건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미래한국연구소에 직접 돈을 건넨 사업가 A씨는 앞서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B씨가 자신에게 준 돈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같이 투자한 것이다. B씨 아들 채용 청탁은 없었다”며 “금액도 1억원이 아니라 1억5000만원”이라고 했다.
미래한국연구소에 준 2억원과 관련해, A씨는 1억7000만원은 대여금이고 3000만원은 당시 이준석 대표의 출연료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2021년 8월 자기 회사가 주최한 토크 콘서트에 이준석 대표를 초청하는 과정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측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소장인) 김씨가 돈을 빌려달라 했는데 김영선 전 의원 배경에, 당대표 불러줄 힘도 있으니 돈을 갚겠지 싶어 빌려준 것”이라며 “1억7000만원 중 7000만원만 받고 나머지 1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김 전 의원과 명씨, 김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고 말했다.
B씨와 그의 아들도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채용 청탁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명태균씨의 변호인들이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창원지법 앞에서 명씨 보석 청구 심문 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명씨 측은 “(명씨가) 돈거래를 몰랐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2022년 4월 4일 명씨와 강씨 사이 전화 녹취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녹취에서 명씨가 “돈이 누구고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어보잖아요”라고 하자, 강씨는 “그 ○○(B씨 아들 이름)이 아버지 이름으로 저한테 그 돈이 1억 들어왔었고”라고 답한다.
이에 명씨가 “그러면 ○○이 아버지한테 확인해서 돈을 줘야 되겠네”라고 묻자, 강씨는 “○○이 아버지는 저희한테 돈을 그냥 주신 걸로 저는 알고 있거든요. 빌린 게 아니고”라고 말한다. 이 대화만 놓고 보면, 명씨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게 명씨 측 반박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채용 청탁 의혹과 대가성 여부 등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