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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탄핵 소송에 나선 이유는 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영부인 등을 상대로 살해 위협을 했고, 부패 의혹도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통령이 연루된 '엉터리 수표 스캔들'이 터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게 됐다고 한다.
지난달 필리핀 감사원은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겸직하던 2022~2023년에 부통령실과 교육부가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비밀 자금'으로 6억1250만 필리핀 페소(약 155억원)를 썼다고 발표했다. 부통령실과 교육부는 이 기간에 수 백명 앞으로 거액의 수표를 발급했다.
문제는 수표를 받는 당사자의 이름이었다. 조사관들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수표에는) 식·음료 브랜드와 사람 이름이 엉터리로 조합된 가명이 쓰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표엔 '치피(옥수수 칩) 맥도날드', '카를로스 미구엘 오이시(과자 브랜드)' 등 가짜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지 매체인 마닐라 스탠더드에 따르면 이런 가짜 이름 중에는 '페르난도 덴푸라(일본의 튀김 요리)'도 있었다.
이와 관련, 부통령 측은 자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수표를 전달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길 거부했다. 이에 필리핀 야권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관계자는 SCMP에 "부통령 측은 자금 사용처를 묻는 정당한 질문에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고 위협과 협박을 했다"며 "심지어 이들은 비판자들을 '빨갱이',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경호원에 "나 죽으면 대통령 암살하라"
사라 두테르테는 2007년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 시장이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밑에서 부시장직을 맡으며 정치가가 됐다. 2010년엔 다바오시 최초로 여성 시장이 됐다.
필리핀 정계를 대표하는 두 가문 출신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를 이루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가문은 친중(두테르테)·친미(마르코스) 등 외교 노선을 두고 대립했다. 급기야 개헌 추진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둘의 동맹은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