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수국에서 꿀을 채집 중인 꿀벌. 최충일 기자
연간 1억마리 이상의 꿀벌이 폐사하는 제주에 밀원수(蜜源樹)를 집중적으로 심은 숲이 조성된다. 밀원수는 진한 향기의 꽃을 피워 벌꿀 채집의 원천이 되는 나무다.
제주도는 5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마을공동목장 유휴토지에 올해까지 약 84만㎡(25만여평) 규모의 숲을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30㎡)의 2.8배 규모다. 제주도 관계자는 "밀원수 숲은 지역 꿀벌 감소와 탄소 배출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약 45만㎡ 규모에 때죽나무·황칠나무·쉬나무·왕벚나무 등 2만여 그루를 심는다. 이 나무는 모두 산림청이 지정한 밀원수다. 제주도는 지난해에도 이 지역 약 39만㎡ 숲 부지에 밀원수 2만여 그루를 심었다.
제주 교래리 곶자왈의 때죽나무를 바라보는 제주도민.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대규모 밀원 숲이 조성되면 지역 양봉업과 과수 농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양봉업계에 따르면 기후 등 자연환경 변화 때문에 매년 제주도 내 약 450개 농가에서 1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폐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꿀벌 활동이 줄어들면 꽃가루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매가 잘 열리지 않고, 벌꿀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 농가 피해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해당 토지에 나무를 심기 전, 지역 주민 등과 협의를 거쳤고 밀원수를 심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숲이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으로 본다. 제주도는 이번 수망리 밀원 숲 조성으로 30년간 매년 269t의 이산화탄소(CO₂) 흡수원을 확보하게 된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한국임업진흥원에 ‘탄소상쇄 인증사업’ 인증 등록을 신청했다. 2013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IUCN기념숲(5만㎡)에 이은 두 번째 탄소상쇄 인증사업이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을 걷는 제주 관광객. 최충일 기자
이 사업은 기업과 산주·자치단체 등이 산림 조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상쇄하는 자발적 탄소흡수 활동이다.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림청이 인증하고 한국임업진흥원이 운영한다. 대상지인 수망리 밀원 숲은 올해 타당성 검토와 등록을 거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사업 모니터링, 검·인증 절차가 진행된다. 인증 후에는 30년간 총 8070t의 탄소흡수량을 국내 탄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현 시세 기준(t당 1만 6500원) 1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탄소상쇄사업 인증사업을 통해 제주의 탄소 흡수능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조림, 도시 숲 조성, 수종 갱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흡수원을 확대 조성하고 인증사업을 통해 탄소중립실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