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눈여겨 봐야 할 젊은 예술가 20인은 [더 하이엔드]

이달의 전시 : 2025년 1월
더 하이엔드에서 매달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 일상에 통찰을 더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이달의 전시를 만나보세요. 관람에 도움이 되는 팁도 준비했습니다.

지금 눈여겨보아야 할 젊은 예술가

24회 송은미술대상전
기간: 2024년 12월 17일~2025년 2월 22일  
장소: 서울 청담동 송은 미술관

24회 송은미술대상 전시 전경. 사진 송은문화재단

24회 송은미술대상 전시 전경. 사진 송은문화재단

 
송은미술대상은 2001년부터 송은문화재단이 역량 있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미술상이다. 매년 주목할 만한 작가를 소개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해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최근 예술가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는 20주년을 맞아 후보자 4명 전시 체제에서 20명 참여로 규모가 확대됐다. 또 서울시립미술관과 까르띠에의 후원으로 수상 혜택도 늘었다. 런던 델피나 재단과의 협약으로 레지던시 활동도 지원한다. 젊은 작가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궁금하다면 방문해 봐도 좋을 것. 남진우·문이삭·박웅규·박형진·백경호·백종관·신미정·신제현·유화수·이세준·이우성·이은영·임노식·장파· 전장연·정서희·정진·허연화·황문정·황선정이 회화·조각·설치·영상·사운드 등 여러 매체를 아우르며 동시대 한국 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신작을 선보인다.

Tip. 2021년 9월 도산대로에 개관한 송은 미술관은 스위스 건축가 그룹인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국내 최초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송은의 뜻인 ‘숨어있는 소나무’를 살려 목판 거푸집으로 나뭇결을 살린 외벽, 기하학적인 외관과 간결한 공간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이 된 보석

The Art of Jewellery :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
기간: 2024년 12월 6일~2025년 3월 16일
장소: 서울 신천동 롯데뮤지엄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Albion Art Co., LTD

빅토리아 여왕이 포르투갈의 스테파니 여왕에게 선물한 팔찌 ⓒAlbion Art Co., LTD

세계적인 주얼리 컬렉터 카즈미 아리카와가 40년간 수집한 주얼리 컬렉션이 최초로 미술관에서 선보인다. 그는 런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에서 ‘마음을 흔드는 순간’을 겪은 뒤 보석 컬렉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보석들을 꾸준히 수집했고 고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500여 개의 걸작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그의 컬렉션 중 시대상으로 중요한 208점의 주얼리를 소개하며, 유명 건축가 쿠마 켄고가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아 보석의 순수한 물성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나폴레옹 황제, 빅토리아 여왕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지녔던 보석을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가 남겼다는 단 3점의 십자가 중 하나가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다.


미륵에서 발견한 미래의 과거

이끼바위쿠르르 : 거꾸로 사는 돌
기간: 2024년 12월 3일~2025년 1월 26일
장소: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 2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2채널 비디오, 4K, 사운드, 10분 50초, 2024. 사진 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이끼바위쿠르르 '거꾸로 사는 돌', 2채널 비디오, 4K, 사운드, 10분 50초, 2024. 사진 남서원, 아트선재센터 제공

 
산이나 사찰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미륵상. 미륵은 동아시아 문화에서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 통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에게 선견지명을 가져다주는 성스러운 존재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들판에 방치되거나 사찰 주변에 버려진 채 세월이 흘렀다. 고결·김중원·조지은으로 구성된 시각 연구 그룹인 ‘이끼바위쿠르르’는 미래를 상징하는 미륵이 과거의 삶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농부·해녀·학자 등 여러 사람과 만나며 그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자연 현상이나 생태학, 인류에 대한 작품 활동을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륵상을 중심으로 풍경과 장소, 사람과 미름의 연결성을 탐색하는 신작을 공개한다.


Tip. 아트선재센터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기획전인 ‘언두 플래닛’이 열린다. 양혜규·홍영인·임동식·로버트 스미스슨·낸시 홀트 등 국내외 예술가 17명(팀)이 참여해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문제를 짚는다.

컬렉터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취향가옥 :  Art in Life, Life in Art
기간: 2024년 11월 15일~2025년 5월 18일  
장소: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전시 전경. 사진 디뮤지엄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전시 전경. 사진 디뮤지엄

 
대림문화재단 디뮤지엄은 ‘컬렉터의 집’을 테마로 예술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미술관 속 집’으로 변신했다. 구역마다 영상감독, 티 소믈리에, 갤러리스트 등 다섯 명의 페르소나가 등장해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전시장에서는 깨끗한 벽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집이나 거실로 꾸며진 공간을 거닐며 예술 작품이 가구나 집기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경험할 수 있다. 전시장은 약 2000㎡ 규모로 김환기, 박서보,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장 푸르베, 핀 율 등 거장의 작품과 디자인 가구 300여 점이 전시됐다. 한편, 대림미술관은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서정기 디자이너 등 실제 예술 애호가의 거실을 미술관에 그대로 옮겨온 ‘리빙룸(2006)’이라는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대림문화재단이 전개해 온 ‘컬렉션’ 시리즈를 잇는 것과 동시에 코로나 이후 변화한 집의 위상과 의미를 재조명한다.

Tip. 전시장에서는 매일 4회 도슨트 투어를 진행한다. 작품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투어 시간을 기억해 둘 것. (매회 50분)

다채롭고 따스한 옷감의 기억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
기간: 2024년 9월 12일~2025년 2월 6일
장소: 서울 신당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전시1관

미나 페르호넨 전시 전경. 사진 DDP

미나 페르호넨 전시 전경. 사진 DDP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가 1995년 설립한 일본 텍스타일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은 손으로 그린 자연 패턴과 제품의 일본 자체 생산을 고집하며 소비자들에게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사랑받았다. 패브릭(원단)은 물론 패션· 가구·인테리어 소품·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펼쳐 왔는데, 덴마크 가구 회사 프리츠 한센이나 프랑스 무쇠 냄비 브랜드인 스타우브, 미국 등산용품 노스페이스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미나가와 대표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디자인과 일본의 미니멀리즘을 결합한 디자인 철학을 내세운다. 전시장에서는 11개의 공간을 통해 다채로운 원단으로 만든 설치물과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짓는 미나 페르호넨의 의상 컬렉션 및 패턴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기간: 2024년 8월 30일~2025년 2월 16일  
장소: 광주광역시 광산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전시 전경. 이소진 기자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전시 전경. 이소진 기자

미래의 시공간을 질주하는 라이더와 AI가 만들어내는 기묘한 풍경들이 몰입감을 만들어 내는 전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확장한 예술가를 발굴하는 ‘ACC 미래상’ 첫 수상자로 김아영 작가를 선정하며 그의 대규모 신작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시간성과 근대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역사, 고고학, 미래주의 등 끈질긴 리서치를 바탕으로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지난해에는 전작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통해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미디어아트 어워드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상을 수상했다. 그다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전시는 1560㎡ 규모의 전시장 속 가로 11m 대형 스크린 3개가 설치된 압도적인 공간 디자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을 질주하며 시간 지연 현상과 내비게이션 미로에 빠졌던 주인공이 새로운 가상 도시에 놓이는 설정으로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작품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Tip. ACC에서는 구본창 사진가의 개인전 ‘사물의 초상’이 3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 방문한다면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집을 통해 보는 한국 건축과 주거 문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기간: 2024년 7월 19일~2025년 2월 2일  
장소: 경기도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 전경. 사진 손미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전시 전경. 사진 손미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에서 집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 구성원 및 라이프스타일 변화, 기후 위기 등 삶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집’을 통해 2000년 이후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조망하는 전시다. 승효상·조민석·조병수·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30명(팀)이 참여해 건축가의 58채 단독 및 공동주택 사례를 통해 건축의 역할과 미학적 가치를 전한다. 전시는 ‘개인과 사회·장소·시간’을 주요 주제로 도시 속 다양한 주거 방식과 삶의 형식을 조명하며 풍부한 건축 자료와 시각 자료 등으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작년부터 시작된 긴 호흡의 전시로, 다음 달 폐막 전 관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