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 중 24곳 거래량 50% 이상 감소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반기는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났다.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매매·전세 가격 상승,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이 얽히며 매수 심리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가 9월에 시행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현재 수도권은 1.25%, 지방은 0.75%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제한까지 더해지며 시장에 돈줄이 막혔다.
서울 전체 9~12월 거래량 직전 4개월 대비 58% 줄어
광진구가 가장 타격이 컸다. 같은 기간 광진구 소재 아파트 매매는 68.1%(772→246건) 줄었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도 거래 절벽을 피하지 못했다. 성동구(1542→533건)와 서초구(1643→569건)는 각각 65.4% 줄었다. 25개 구 중 두 번째로 높은 감소율이다.
마포구(1406→498건)는 64.6%, 용산구(555→213건)는 61.6% 감소했다. 강동구(- 62.8%)와 동작구(-60.5%), 강서구(-58.6%), 강남구(-55.7%)도 상대적으로 거래량 낙폭이 컸다.
서울 강북권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역시 거래량이 50% 안팎 줄었다.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52.6%, 50.7% 감소했다. 도봉구(-47%)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40%대 감소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강남권에 비해 중저가·노후 아파트가 많아 지난해 상반기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 오름세도 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줄며 매물 적체 현상도 심화
올해는 더 ‘센 놈’이 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상저하중’ 또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누적, 전·월세값 상승 가능성, 주택시장 진입 인구 증가 등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고강도 3단계 규제 오는 7월 시행 예정
일각에선 3단계 시행 유예나 연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충격을 우려해서다. 앞서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애초 7월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연기하고, 3단계는 올해 초에서 7월로 잠정 유예한 바 있다. 반면, 최근 금융권이 대출 빗장을 풀고 있는 데다, 지난해처럼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릴 경우 3단계 시행이 앞당겨지고, 요건도 강화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계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상수이자 변수”라며 "다만,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강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여파가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