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후 서울 아파트 거래 60% 급감…강남3구, 마용성도 직격탄

지난해 9월 고강도 대출 규제 시행 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지난해 9월 고강도 대출 규제 시행 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지난해 9월 1일 시행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 이후 넉 달(9~12월)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직전 4개월보다 반 토막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곳이 절반 넘게 줄었고, 60% 이상 급감한 곳은 8곳에 달했다. 중앙일보가 서울부동산광장이 제공하는 부동산 거래현황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5개 자치구 중 24곳 거래량 50% 이상 감소    

5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매매 계약일 기준)은 5만5613건이다. 전년(3만5619건) 대비 56.1% 증가했다. 정부 공식 통계(국토교통부, 1~11월 누적 57.7% 증가)와 비슷한 수치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반기는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났다.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매매·전세 가격 상승,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이 얽히며 매수 심리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DSR 2단계가 9월에 시행되면서 시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현재 수도권은 1.25%, 지방은 0.75%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여기에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제한까지 더해지며 시장에 돈줄이 막혔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 전체 9~12월 거래량 직전 4개월 대비 58% 줄어  

지난해 5~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8933건. 7월에만 9216건이 거래되며 4년 만에 월간 거래량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9~12월 거래량은 1만2205건으로 직전 넉 달보다 58%나 감소했다. 12월엔 1964건에 그쳤다.

광진구가 가장 타격이 컸다. 같은 기간 광진구 소재 아파트 매매는 68.1%(772→246건) 줄었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도 거래 절벽을 피하지 못했다. 성동구(1542→533건)와 서초구(1643→569건)는 각각 65.4% 줄었다. 25개 구 중 두 번째로 높은 감소율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광진·서초·성동구 65% 이상 급감  
마포구(1406→498건)는 64.6%, 용산구(555→213건)는 61.6% 감소했다. 강동구(- 62.8%)와 동작구(-60.5%), 강서구(-58.6%), 강남구(-55.7%)도 상대적으로 거래량 낙폭이 컸다.

서울 강북권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역시 거래량이 50% 안팎 줄었다. 노원구와 강북구는 각각 52.6%, 50.7% 감소했다. 도봉구(-47%)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40%대 감소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강남권에 비해 중저가·노후 아파트가 많아 지난해 상반기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 오름세도 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량 줄며 매물 적체 현상도 심화  

거래가 줄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5일 기준 매물로 나온 서울 아파트는 누적 8만7620호다. 지난해 같은 날(7만5368호)보다 16.3% 늘어난 수치다. 3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더 ‘센 놈’이 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상저하중’ 또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금리 인하, 공급 부족 누적, 전·월세값 상승 가능성, 주택시장 진입 인구 증가 등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에 이어 올해 7월에는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스트레스 DSR 2단계에 이어 올해 7월에는 3단계가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고강도 3단계 규제 오는 7월 시행 예정  

하지만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지난해처럼 거래 한파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3단계 DSR은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타대출에 적용된다. 가산 금리는 1.5%가 예상된다.  

일각에선 3단계 시행 유예나 연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충격을 우려해서다. 앞서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애초 7월 예정이던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9월로 연기하고, 3단계는 올해 초에서 7월로 잠정 유예한 바 있다. 반면, 최근 금융권이 대출 빗장을 풀고 있는 데다, 지난해처럼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릴 경우 3단계 시행이 앞당겨지고, 요건도 강화될 수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가계대출 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상수이자 변수”라며 "다만,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강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로 갈수록 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여파가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