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아이언을 못치는 PGA선수…티갈라, 아예 '숫자 7' 지웠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주로 7번 아이언을 쓴다. 그래서 골퍼는 7번 아이언에 익숙하다. 왜 하필 7번인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7번이 14개 클럽 중 중간쯤이고, 7이 행운의 숫자여서 그렇다고 추론할 뿐이다. 이처럼 기본 중의 기본인 7번 아이언이 없는 선수가 PGA 투어에 있다. 남자 골프 세계 13위 사히스 티갈라(27·미국·사진)다.

티갈라는 4일(한국시간) PGA 투어 개막전인 더 센트리 대회 중 방송 중계 부스에 나와 7번 아이언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7번 아이언을 싫어했다. 연습장에서 7번 아이언을 쳐 본 적도 없다. 파 3홀에서 7번 아이언을 쳐야 할 경우 제발 물에만 빠지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곤 했다”며 “지난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서 7번 아이언으로 뒤땅을 네 번 쳤고, 물에 여섯 번 빠진 후 7번을 아예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티갈라의 8번 아이언(사진 위)과 숫자 7을 지우고 8을 새긴 ‘8+’ 아이언. [사진 PGA투어]

티갈라의 8번 아이언(사진 위)과 숫자 7을 지우고 8을 새긴 ‘8+’ 아이언. [사진 PGA투어]

실제 7번 아이언을 없앤 건 아니다. 용품사인 핑에 7번 아이언에서 숫자 7을 지우고 8을 새겨 달라고 했다. 실제 8번 아이언과 구별하기 위해 다른 글꼴을 썼다. 실제 7번인데 8이 새겨진 이 클럽을 티갈라와 그의 캐디는 ‘8+’아이언이라고 부른다. 숫자를 깎아내 헤드 무게가 줄자 뒷면에 납 테이프를 붙였다.

숫자 7을 없앤 뒤로 티갈라는 잘 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랐다. 그는 “7이 불운한 숫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헤드 모양이나, 바운스 등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그냥 7번 아이언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티갈라와 인터뷰한 스마일리 카우프만은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에게 메시지가 왔다. ‘8+’아이언을 ‘디 오초(The Ocho)’로 부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줬다”고 소개했다. 오초는 스페인어로 8이며, ‘The Ocho’는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사인 ESPN의 ESPN8 채널에서 카바디, 개구리 점프, 데스 다이빙 등 이색 스포츠를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티갈라는 “쓰는 걸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

8번 아이언을 두 개 가지고 다니는 것 외에도 티갈라의 클럽 구성에는 특이한 점이 더 있다. 이번 대회에 그는 4번 아이언 대신 남자 선수가 거의 쓰지 않는 9번 우드를 가져왔다. 티갈라는 “(9번 우드를) 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용품사에 그냥 제품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생각보다 잘 맞았고, 그래서 지난해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그 밖에 그는 3번 우드는 없이 5번 우드만 쓰고, ‘프랑켄 하이브리드’로 불리는 2번 하이브리드도 갖고 다닌다. 로프트 각도 26도의 5번 하이브리드도 써볼 계획이다.


티갈라는 “캐디와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여러 클럽을 실험한다”며 “실험 자체도 재밌고 실제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