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8곳, 韓 경제성장률 평균 1.8→1.7%로 낮춰
IB들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만 해도 평균 2.1%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수출 둔화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 말에 2%로 떨어진 뒤 12월 말까지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한 달 새 글로벌 금융사들의 부정적 경제 전망이 많아진 것은 비상계엄으로 시작한 국내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이번에 전망치(1.7→1.3%)를 0.4%포인트나 떨어뜨린 JP모건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소비자심리지수가 급락하는 등 내수 부문의 취약성이 커졌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JP모건이 예상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1.3%는 최근 발표한 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은 하향, 물가는 상향 ‘이중 부담’ 우려
내년 예상도 좋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8곳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예측치보다 0.1%포인트 높은 평균 1.8% 수준으로 전망했다. IB 예상대로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53년 이후 처음이다.
“감액 예산안은 성장률 마이너스, 재정 확대 필요”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지난해 8월(1.5%) 이후 전월 대비 9월(-0.3%)·10월(-0.8%) 연달아 하락하다가, 지난해 11월(0.4%)에서야 반등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해 3~9월 내내 전월 대비 계속 떨어지다가, 지난해 10월에 보합을 보였지만 지난해 11월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지난달에는 관련 지표가 더 위축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 주도로 통과된 ‘감액 예산안’이 현재의 경기 하강에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이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통과한 예산안은 경제(성장률)에 마이너스(-) 0.06%포인트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 탄핵 국면 같은 단기 충격과는 별개로, 한국이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했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제 1%대 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현재 2% 수준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 1% 초중반까지, 2040년대에 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산·공공기관 투자 조기 집행으로 경기 하강 방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국내 경제는 외수 불확실성 해소와 내수 모멘텀 확보가 없다면 성장경로를 이탈해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수출 경기가 약화하기 전에 내수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확대 등의 정책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U’자형의 완만한 성장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