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등록금 17년 동결 흔들…국민대·서강대 인상, 연세대 검토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국민대가 17년 만에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서강대에 이어 두 번째다. 연세대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측에 인상안을 제시했다. 정부의 동결 요청에도 불구, 대학들이 잇따라 인상을 결정하면서 도미노처럼 대학가에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5일 국민대에 따르면 이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는 지난 2일 올해 학부 등록금을 전년 대비 4.97% 올리기로 의결했다. 국민대의 등록금 인상은 2009학년도 이후 처음이다. 국민대 관계자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올해) 등록금 인상분은 학교 시설과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강대도 지난달 26일 열린 등심위에서 올해 등록금을 전년 대비 4.85% 인상하기로 했다. 서강대는 2012·2013학년도에 등록금을 인하했고 2014학년도부터는 쭉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다. 서강대 관계자는 “오랜 등록금 동결로 학교 시설이 열악해졌고, 교직원 임금은 사실상 20~30% 삭감됐다”며 “이런 고충에 대한 구성원의 공감이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추가 인상 대학 나올 것”

경찰이 2011년 8월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2011년 8월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세대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 학생회는 공식 SNS 계정에 “2일 열린 등심위 회의에서 학교 측은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5.49%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은 최근 3년 간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올릴 수 있으며 올해 법정 한도는 5.49%다. 인상 가능한 최대치를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그간 비수도권 사립대 등에 머물렀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서울 소재 사립대까지 이어지며 대학가에서는 “등록금을 올리는 학교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전국 193개 대학 중 등록금을 인상한 곳은 26개교(13.5%)에 그쳤는데, 대부분 비수도권의 소규모 대학 또는 종교계 대학이었다.  


최근 열린 서울총장포럼에서는 등록금 인상 허용을 교육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유형 2)을 지원했는데, 이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포럼의 한 관계자는 “이미 몇몇 대학은 등록금 인상 시 포기해야 하는 국가장학금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확보되는 재정이 수십억원 많다는 계산을 끝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4~5%대를 유지한 등록금 인상 법정 한도가 내년에는 확 떨어질 전망이라, 조금이라도 상한선이 높을 때 등록금을 올리자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대학들의 재정난이 이어지며 학생회 등 학내 여론이 찬성으로 선회한 것도 ‘인상 도미노’ 가능성을 높인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서강대 등심위 회의록에는 “기업에서 근무 중인 전문가 교원 초빙하려고 했다가 임금 격차로 거절당했다”(교직원위원), “시설이 열악해 학교에 가기 싫다는 학생도 있다”(학생위원) 등의 의견이 기록됐다. 

“막겠다”는 교육부…대학들은 “한계”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열린 2024년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 이날 참석한 총장 중 38.2%는 등록금 인상을 관심사로 꼽았다.

지난해 6월 인천에서 열린 2024년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 이날 참석한 총장 중 38.2%는 등록금 인상을 관심사로 꼽았다.

  
반면 교육부는 17년 간 이어온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09년 등록금 인상률과 대학근로장학사업을 연계하며 본격적으로 등록금 규제에 나섰다. 국가장학금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줄곧 등록금 인상 대학은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유도했다. 

지난달 31일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명의의 서한문을 각 대학에 발송했다. 서한에서 이 부총리는 “최근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학생, 학부모들의 학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등록금을 동결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대신 교육부는 등록금을 제외한 국가장학금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대학이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으려면 등록금 동결·인하 이외에도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해야 했는데, 이를 전년 대비 10% 줄이더라도 국가장학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에 부정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영향력이 큰 서울의 몇몇 대학은 교육부가 직접 ‘핀셋 억제’를 해왔던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대학도 한계 상황에 다다른만큼 통제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탄핵 정국에 들어서며 정부의 '그립'이 약해진만큼 올해가 마지막 인상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사립대의 보직 교수는 “등록금을 올렸던 한 사립대도 수천억원 대의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별 지장없이 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등록금)안 올린 대학만 바보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