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특검 흡연장도 마련해줬다…尹과 달랐던 前 대통령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가 대통령 체포 및 탄핵 찬성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소환에 협조하지 않겠다던 전두환 씨조차 법원이 발부한 사전구속영장 앞에서는 검찰의 호송차에 순순히 올라탔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5일 이렇게 밝혔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천인공노할 범법자가 의기양양하게 헌법과 법질서 위에 군림하며 대한민국의 녹을 먹는 군대와 경호처를 마치 사병처럼 부리며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공수처의 세 번에 걸친 소환통보에 응하지 않았고, 경찰의 대통령실·관저·안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을 최근에 만난 인사는 “최고 사법기관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이 마무리된 뒤에 그것을 토대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 입장”이라며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청구해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거 전직 대통령은 어땠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코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7돌 문화행사'에 참석해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경북도지사)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코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7돌 문화행사'에 참석해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경북도지사)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처럼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채 수사를 받아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에서 “원래 나는 당시(2017년 2월) 적극적으로 특검 조사를 받으려고 했다”며 조사 장소를 청와대 비서동으로 하고, 조사 참여 인원을 몇 명으로 할지도 특검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와 이런 내용을 협의한 특검 측 인사가 윤 대통령(당시 수사팀장)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특검 측에서 검사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고 전해 와, 그 직후 청와대 내부에 임시 흡연 공간을 마련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조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 자체를 비공개하기로 했는데 언론에 일정이 보도되면서 조사가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특검 측 협상 당사자가 윤 대통령에서 박충근 특검보로 교체됐고, 조사 녹화·녹음을 두고 서로 입장이 대치하면서 조사는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3주 뒤 구속영장이 발부돼 결국 구속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땐 민간인 사찰 의혹 등으로 총 네 차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시도한 압수수색은 모두 대통령경호처가 막아 집행되지 않았다. 다만 이 중 세 차례는 청와대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인 1995년 12월 2일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소환 방침을 정면 반박하는 2쪽 분량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인 1995년 12월 2일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소환 방침을 정면 반박하는 2쪽 분량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퇴임 후엔 모두 검찰에 소환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 군사반란과 내란 등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당시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경남 합천으로 갔다. 그러나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영장이 발부되자 수사관들은 합천으로 향했다. 전 전 대통령은 결국 체념한 듯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두 차례 응하고, 그해 11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어떤 처벌도 내가 받겠다”며 저항하지 않았다.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은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며 포토라인에도 섰다. 다만 전두환·노태우·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검찰 조사를 받았기에 현직인 윤 대통령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은 5일 입장문을 내고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대통령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