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인간은 나아간다, 자유와 지혜의 하늘로
옛날 한 발명가가 있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그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괴물을 가두기 위한 미궁도 있었죠. 왕은 그의 재능을 아껴 좋은 대우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공주에게 미궁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그에게 그늘이 드리웠죠. 미궁으로 들어간 영웅이 괴물을 쓰러뜨리고, 그가 알려준 비밀을 이용해 탈출한 것입니다. 왕은 그를 아들과 함께 가두었고, 절대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채 오직 무언가 만드는 것만을 허락했죠. 자유를 갈망한 그는 도망치기로 결심하지만 힘이나 속임수로 상황을 넘어설 능력은 없었죠. 고민하던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거기에는 한 마리 새가 날고 있었습니다. ‘그래. 하늘을 날면 자유를 얻을 수 있어.’ 그는 새의 깃털을 모아서 양초나 접착제의 재료로 쓰이는 밀랍으로 붙여 거대한 날개를 만듭니다. 그렇게 그는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죠. 신이나 초월적 존재의 도움 없이 인간의 지혜만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룬 그의 이름은 다이달로스입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저 넓은 천공을 여행하기를 꿈꾸었어요. 고대인에게 하늘은 신이나 초월적 존재의 영역으로 침범할 수 없는 곳이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은 이들이 있었죠. 세계의 신화·전설에는 하늘을 나는 존재가 종종 등장합니다. 인도의 가루다, 그리스의 페가수스, 동양의 선녀처럼 대부분 신성한 힘과 관련되었지만 다이달로스처럼 인간으로서 하늘을 향한 이들도 적지 않죠.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는 하늘을 나는 마차, 푸슈파카 비마나가 나옵니다. 이는 창조신 브라흐마가 만들어 쿠마바카르나에게 주었는데, 그의 형 라바나가 빼앗아 쓰죠.
태양처럼 빛나는 이 마차는 수많은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으며, 조종사 없이 사용자의 뜻에 따라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신에 의해 만들어져 신성한 힘으로 작동하지만, 인간들이 쓰며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죠. 특히, 영웅 라마가 라바나를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마차를 타고 ‘하늘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장면이 눈에 띕니다. 천공을 비행하는 것은 단순히 이동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아요. 그것은 신의 영역인 하늘에 도전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하늘이란 곳에서 우리 세계를 넓게 바라보는 것, 즉 더 넓은 세계를 접하며 지혜를 넓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승리한 영웅 라마가 하늘을 날아 돌아오며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은, 지혜를 물려받았다는 뜻도 될 거예요.
북미 원주민들의 신화에서도 이러한 점을 엿볼 수 있죠. 나바호족은 신화에서 구름이 인간의 세계와 신성한 하늘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영혼이 신의 세계로 이동하는 수단인 구름을 타고 위대한 영혼에 다가가 신성한 지혜를 얻는 이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죠. 라코타족 신화에선 한 소녀가 신성한 존재인 구름 소녀의 부름을 받아 비를 내리는 능력을 얻고, 치누크족 신화에선 한 소년이 구름다리를 건너 하늘의 정령을 만나 부족의 운명을 구원할 비밀을 배웁니다. 세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하늘이 더 넓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깨달음의 장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자유를 찾아 하늘로 올라가죠. 하지만, 아버지의 주의를 잊고 자유를 만끽하던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다가갔고, 밀랍이 녹아 날개를 잃고 떨어집니다. 신의 공간인 하늘에 도전한 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루키아노스의 ‘이카로메니푸스’라는 이야기를 보면 메니푸스라는 철학자가 세상의 혼란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고자 신을 찾기로 합니다. 그는 다이달로스처럼 날개를 만드는데, 이카로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독수리의 깃털과 밀랍이 아닌 다른 재료로 더 튼튼하게 완성하죠. 하늘로 날아오른 그는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며 세상이 너무도 넓고 인간은 작은 존재임을 깨닫죠. ‘인간의 문제는 신들에게 묻지 말고 인간 자신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는 이 지혜를 전하고자 했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모두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죠.
1961년. 인류는 하늘 너머 우주에 이릅니다. 최초로 우주를 여행한 조종사 유리 가가린은 말했습니다. “우주는 어둡지만, 지구는 푸르다.” 그 후 수많은 이가 우주로 향해 지구를 내려다보았죠. 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우주에는 국경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하나이다.” 오랜 옛날부터 많은 이가 하늘에서 지혜를 배웠어요. 이는 하늘이 신의 공간이기 때문이 아니라, 하늘에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하늘을 날게 되면서 세계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손쉽게 외국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은 더 이상 남이 아니게 되었죠. 세상을 바라보며 더 넓은 시야와 상상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하늘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슬픈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고를 보면, ‘하늘을 날지 않았으면’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곤 하죠. 하지만, 이카로스의 사고를 넘어 메니푸스가 다시 하늘로 향했듯, 우리 역시 계속 하늘로 나아갈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