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가 철회됐는지를 놓고 7일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수세적이었던 국민의힘은 ‘내란죄 철회’ 논란을 계기로 탄핵 절차의 정당성에 강한 문제를 제기하며 사활적으로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내란죄 등 형사 범죄가 탄핵안에서 모두 제외돼 완전히 다른 탄핵소추문이 됐다”며 “핵심 내용이 제외되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동의를 받거나 (국회에서) 새로운 탄핵 소추 의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주석헌법재판소법』을 언급하며 “677쪽에 탄핵 사유 일부가 취하되면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쓰여있다”고 거들었다.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가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을 근거로 “탄핵 심판을 정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은 “동일한 사유(내란죄)로 윤 대통령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헌재 절차는 정지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지난 3일 헌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관련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형법 제87조, 제91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을 형사 재판과 분리해 헌법 위반 여부만 다퉈 탄핵심판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국회 측의 입장이 알려진 뒤 정치권에선 곧바로 ‘내란죄 철회’ 논란이 번졌고, 7일 법사위에서도 이 문제로 여야가 공방을 거세게 주고받았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탄핵소추 의결서 원안에서 아무런 변경을 한 적이 없다”며 “탄핵소추 의결서에 기재된 위헌적인 비상계엄 발동, 헌법기관 점령 등 내란 행위의 사실관계는 기재된 것 그대로”라고 반박했다. 형식상 ‘내란죄’만 삭제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죄를 적용해 빨리 ‘윤석열을 사형이나 무기형에 처하라’는 듯이 말한다”며 “윤석열은 형사재판에서 내란죄로 사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파행을 빚기도 했다.
민주당은 역공도 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소추 사유 변경을 한 점을 지적하며 “권성동이 권성동을 저격한다”고 공격한 것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당시)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탄핵소추 사유서 재정리가 단순히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었다”며 “탄핵 일타 강사 권성동이 내란 일타 공범 권성동으로 탈바꿈했다”고 비꼬았다.
여야의 내란죄 철회 공방은 탄핵심판의 속도와도 직결돼 있다. 헌재에서 내란죄 유무죄까지 따지게 되면 증인 신문을 거쳐야 하는 등 탄핵심판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 2심 선고 전에 대선을 치르려고 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차기 대선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시간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공방이 이날 법사위에서 치열해지자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은 “최종 결론은 재판부가 하니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오동운 공수처장 “체포영장 집행 실패, 국민께 죄송”
이날 법사위에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3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실패를 사과했다. 오 처장은 “경호처의 경호를 빌미로 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며 “사법부가 정당하게 발부한 체포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서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모습을 보인 점에 대해 공수처장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국민한테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 처장은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영장 집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오 처장은 “경호처의 저항은 불법이냐 아니냐”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질문엔 “사법부에서 정당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은 판사님의 명령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체포영장은 어떤 이유에서도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며 ‘군사·공무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허가를 받아야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110,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법관이 법을 임의로 적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할 권한이 어디 있냐”고 따져 물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10조 등의 적용 여부는 형사소송법 주석서를 비롯한 다수 학설이 물적인 압수수색과 인적인 체포수색의 경우는 달리 치부하는 것이 맞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며 “(영장 발부)당시 영장판사는 주류적인 견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