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국제마라톤 6년 만 재개 조짐…'외화벌이 관광업' 활성화 가능성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 [연합뉴스]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 [연합뉴스]

북한이 대표적인 '외화벌이용 행사' 중 하나인 평양국제마라톤대회의 참가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대회가 오는 4월에 평양에서 예정대로 열린다면 코로나19 봉쇄로 중단된 이후 6년 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관광업 발전을 강조한 만큼 북한 당국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이번 행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북한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는 오는 4월 6일로 예정된 제31차 평양국제마라톤 경기대회의 모집 요강이 올라와 있다. 모집 요강에 따르면 대회는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전문가 부류와 일반 동호인을 대상으로 하는 애호가 부류로 나뉘어 진행된다.

마라톤 주로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을 출발해 개선거리-우의탑-평양대극장-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 평양 주요 지점을 순회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참가비는 남녀 풀코스를 기준으로 150달러(약 22만원), 하프코스 100달러(약 15만원), 10㎞와 5㎞는 각각 70달러(약 1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코로나19 확산이 끝난 뒤에도 일부 유지됐던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23년 9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에도 각국 정부 대표단과 외교단이나 러시아 관광객 등에만 제한적으로 북한 입국을 승인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완공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완공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둘러보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이와 관련,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29일 숙원사업인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 현장에서 관광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오는 6월 개장하는 원산 갈마지구와 함께 금강산·삼지연 등 기존 상품을 연계해 관광 사업을 추진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북한은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관광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통적인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 해외 파견부터 최신 수법인 암호화폐 탈취까지 노려 대북 제재망을 촘촘히 죄는 가운데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업을 안정적인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에서다.

다만 개별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더라도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지불한 비용을 북한에 한꺼번에 전달하는 방식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단체 관광 대금 지급은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가 금지한 대량 현금(bulk cash)의 북한 유입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평양국제마라톤 대회는 1981년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앞두고 열렸으며, 2014년부터 외국인의 참가가 허용됐다. 북한 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대회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