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 이전 감사 다시"…임기 43일 감사원장 대행 지시 논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을 당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조은석 감사위원. 지난달 최 원장이 탄핵된 뒤에는 조 위원이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을 당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왼쪽은 조은석 감사위원. 지난달 최 원장이 탄핵된 뒤에는 조 위원이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5일 최재해 감사원장의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뒤 감사원장 대행을 맡은 조은석 감사위원이 최근 감사원 사무처에 대통령실 이전 감사의 직권 재심의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감사를 다시 하라는 것이다. 반면 사무처는 “대통령실 이전 감사는 조 대행이 포함된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적법하게 종료된 감사로 재심의 대상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법상 직권 재심의는 증거 서류의 오류 및 누락으로 판정의 위법·부당함을 발견하였을 때만 가능하다.

감사원 사무처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이달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 대행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야당이 최 원장의 주요 탄핵 사유로 대통령실 이전 부실 감사를 내세운 상황에서, 임기가 43일 불과한 권한대행이 야당과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재작년 6월 권익위원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도 조 대행과 사무처는 충돌했었다. 감사원 고위 관계자는 “최 원장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조 대행의 지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탄핵 전 재심의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었다. 반면 조 대행 측은 “정치적 문제가 아닌, 불법 논란이 있는 관저 증축 부분이 감사보고서에 누락돼 절차적 이유로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사무처에 전달했다고 한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김종호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김종호 기자

지난해 9월 감사 개시 1년 9개월 만에 발표된 대통령실 이전 감사는 발표 직후부터 야당으로부터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감사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의 무자격 업체가 관저 공사에 참여하고, 이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지만, 감사원이 김 여사와 해당 업체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꼬리 자르기”라 몰아세우며, 최 원장을 탄핵하고, 감사원 특활·특경비 전액을 삭감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방탄창호 설치 공사에서 10억대 비리를 저지른 경호처 간부를 검찰에 넘기고, 관저 공사에 참여한 무자격 업체 등을 모두 적발해 행정안전부에 수사 의뢰를 일임했고, 이 과정을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에 대해 징계까지 요구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해선 “진술 과정에서 김 여사가 언급된 적은 없다”고 했다.  


조 대행이 문제 삼는 건 관저 내 20평 정도로 추정되는 증축 건물이다. 야당에서 “스크린 골프 시설을 만들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곳으로, 감사 과정에서 공사비 집행 내역이 확인되지 않아 국회에서 불법 논란이 일었다. 조 대행 측은 해당 건물에 대한 감사 내용이 누락된 만큼 대통령실 이전 감사는 감사원법상 재심의 대상이라 보고 있다. 조 대행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도, 그 후임 대행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인회 감사위원이라 이같은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