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그사이 지난 3일 한 차례 집행을 시도하면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200m 지점에서 경호처 인력 200명의 스크럼에 직면하자 “그 정도 저항은 생각 못 했다”며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포기 사태를 놓고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무능은 둘째치고 불필요한 논란만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수사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사건을 가져가더니 체포영장 집행 예고로 ‘수사의 밀행성’ 원칙을 깼고, 법 집행기관이 한 번 시도로 집행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데 이어 경찰에 영장 집행 하청을 주겠다며 또다시 법적 논란을 키웠단 것이다.
공수처는 6일 “지난 5일 오후 9시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도모하기 위해 체포·수색영장의 집행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 체계의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국수본에 영장을 일임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영장 집행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오늘(6일) 윤 대통령 영장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만큼 영장 기간 연장을 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효기간 연장을 위해 법원에 새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뒤 그 영장의 집행 업무는 통째로 경찰에 넘기겠다는 뜻이다. 이후 경찰이 윤 대통령을 체포해오면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영장조사실로 인치한 뒤 조사는 이대환·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 등이 맡는 방식이다.
이 차장은 “(관저에서)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다”며 “공수처 검사·수사관을 다 끌어 모아도 50명이고 실제 현장 투입 가능 인력은 최대 30명 정도인데, 현장지휘체계의 통일성을 봤을 때 경찰에서 제압할 부분은 제압하고 진행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1차 집행 때는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고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었다”고 토로했다. 사전 철저한 준비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는 쉽게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고 공수처의 오판을 자인한 셈이다.
실제 상황은 그렇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수사권 없는 ‘불법 수사’라며 변호인 선임계도 내지 않고 3차례의 출석요구서조차 수령하지 않은 채 철저히 거부 전략으로 맞서왔다. 공수처가 법상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직권남용)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는 게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청구 및 발부 사실을 밝히자 “불법·무효 영장”이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접수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도 냈다. 대통령경호처 역시 영장 집행 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를 하겠다”며 저지 입장을 분명히 했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지난달 31일 새벽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고는 사흘간 묵히다가 전날 사실상 예고한 대로 나흘째인 3일 오전 경찰의 지원을 받아 검사·수사권 30명을 보내 한남동 관저에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관저 건물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5시간 대치한 끝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행을 막도록 지시한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현장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하려 했으나 공수처 검사가 제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지난달 검·경에 사건이첩 요구권을 발동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가져오고선 소환 조사를 위한 신병확보는 경찰에, 다른 증거자료는 검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각 군사령관 등 내란 혐의 주요 피의자의 경우 진술 내용과 관련 증거 등을 검찰에서 협조받고,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체포는 경찰에 의존하는 식이다. 윤 대통령의 신병이 확보된다 해도 공수처는 기소권이 없어 대면조사 이후 공소 제기를 위해선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