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뜨자 1만2000석 꽉 찼다...'AI 다 먹겠다' 젠슨 황의 야심 [CES 2025]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1만20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1만20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모든 인공지능(AI)의 길은 결국 반도체로 통한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재확인된 혁신의 룰이다.

CES 2025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인텔·AMD가 격돌했다. 저마다 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 칩을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선보였다. 첨단 AI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수인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CES 2025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들 기업에 메모리 칩 공급을 노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슈퍼스타’ 젠슨 황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CES 2025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CPU) 지포스 RTX 50 시리즈의 출시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CES 2025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CPU) 지포스 RTX 50 시리즈의 출시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년 만에 CES 무대에 돌아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스타급 흥행력을 과시했다.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는 황 CEO의 기조연설 2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AI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장악한 빅샷이 된 그는 90분동안 쉴 새 없이 야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제 AI로 불가능한 일은 없다”면서 “엔비디아는 AI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대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도체 파트너사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이날 황 CEO는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50 시리즈와 ‘개인용 AI 수퍼컴퓨터’로 불리는 GB10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모두 차세대 아키텍처 블랙웰을 기반으로 설계됐고, 신작 지포스는 전작 대비 AI 연산 속도가 3배 이상 빠르다. 그는 파트너사들을 콕 집어 언급했다. 신제품 GPU엔 “마이크론의 초고속 그래픽 D램(GDDR7)을 썼다”고, 개인용 AI 수퍼컴퓨터에는 “(대만 설계전문기업) 미디어텍과 함께 1급비밀 칩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은 이번에도 모두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가 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언급되지 않았다. 발표 직후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의 주가는 나스닥 시간 외 거래에서 5% 이상 급등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1만20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 2025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행사엔 1만20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특히 황 CEO는 앞으로 커질 AI 시장의 모든 분야를 엔비디아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드웨어인 AI 가속기 외에도, 산업용 AI·로봇용 AI·자율주행용 AI 등 거의 모든 분야의 AI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는 “범용 로봇을 위한 챗GPT 모먼트가 막 다가오고 있다. 제가 말한 기술들은 몇 년 안에 범용 로봇에서 매우 빠르고 놀라운 돌파구(혁신·breakthroughs)를 만들어 낼 거다”라고 말했다. 젠슨 황의 원맨쇼를 자축하듯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주당 149.43달러)를 갈아 치웠다. 


‘몰락한 반도체 제국’도 부활 예고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에서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인텔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텔 칩 ‘팬서 레이크’를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에서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인텔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텔 칩 ‘팬서 레이크’를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한때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 회사였던 인텔도 CES에서 재기를 선언했다. 지난달 전격 사임한 팻 겔싱어 CEO 후임자인 인텔의 임시 공동 CEO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는 이날 콘퍼런스를 열고 무대에 올라 인텔 자체 파운드리에서 18A(1.8나노미터급) 공정으로 만든 차세대 ‘팬서 레이크’ 완제품을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올해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는 TSMC·삼성전자와 다시 겨뤄보겠다는 것이다.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CEO는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2025년은 인텔에게 있어 전환점(pivotal year)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인텔은 주력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에 이어 파운드리에 재도전했다가 실패해 최근 1년 새 주가가 59% 하락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에서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인텔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텔 칩 ‘팬서 레이크’를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센터에서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인텔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텔 칩 ‘팬서 레이크’를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2인자’ 탈출 노리는 AMD

6일(현지시간) 미국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잭 후인 AMD 수석부사장이 AMD의 신형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잭 후인 AMD 수석부사장이 AMD의 신형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AMD 역시 올해 CES에 참가해 AI 기능을 강화한 신형 칩을 선보였다. AMD는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CPU에서는 인텔과 경쟁하며 양쪽에서 2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AMD는 인텔과의 경쟁에서 40년 넘게 열세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인텔이 부진하면서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AMD가 새롭게 공개한 ‘라이젠 AI 맥스’의 최고 성능이 애플의 자체 설계 반도체이자 현존 최고 성능 칩셋으로 평가받는 맥북 프로의 M4를 넘어섰다고 발표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델 테크놀로지의 기업용 PC에 처음으로 인텔이 아닌, AMD 칩을 공급한다는 발표에 힘입어 이날 뉴욕증시에서 AMD 주가는 3% 이상 뛰었다.

삼성·SK하이닉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에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사진 가운데)이 참석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열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CES 2025 기조연설에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사진 가운데)이 참석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AI 기능을 강화한 반도체들이 CES에서 대거 쏟아진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의 수장들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복판에서 뛰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젠슨 황 기조연설 현장을 직접 찾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김주선 AI 인프라 사장 등이 CES에 총출동해 주요 고객사 영업에 나섰다. 엔비디아가 이날 공개한 차세대 GPU 옆자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차지했지만, 아직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