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진료의 의료기관 간 가격 차이가 최대 6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이처럼 들쑥날쑥한 비급여 진료비를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병원 비급여 가격 실태조사 및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급여 진료항목은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해 기관 별로 가격이 다르다.
경실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기반으로, 진료비 규모 상위 5개 항목의 의료기관 유형별(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최대·최소 가격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인 상위 5개는 도수치료(494억원), 체외충격파치료(140억원),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118억원), 척추·요천추 MRI(187억원), 슬관절 MRI(115억원) 등이다.
분석 결과, 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의 경우 자료가 공개된 851개 병원급 기관 중 최소로 책정된 곳의 가격은 8000원, 최대 가격은 50만원으로 49만2000원(62.5배) 차이가 났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최소 가격이 2만원, 최대가 45만원으로 43만원(22.5배) 차이를 보였다. 척추성 통증 환자의 통증 감소를 위한 시술인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 성형술은 최대 가격이 380만원, 최소 가격이 20만원으로 360만원(19배)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척추·요천추 MRI는 병원급보다 종합병원급에서 차이가 컸는데, 최고 93만7700원, 최소 30만7310원으로 가격 차가 63만390원(3.1배)이었다. 슬관절 MRI의 경우 종합병원급에서 최고·최저값 사이 77만3330원(4배) 차이가 났다.
MRI 검사는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돼 급여 가격과 비급여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비교 결과, 척추·요천추 MRI는 급여 가격보다 최대 2.8배, 슬관절 MRI는 최대 4배의 가격을 책정한 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MRI 검사료는 건강보험 수가에서도 고평가돼 있어 수가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며 “150% 정도 고평가됐다는 전제로 보정할 경우, 최대 6배까지 높게 받는 의료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날 경실련은 지난해 10월 21~28일 전국의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급여 관련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설문 응답자의 88.5%는 ‘병원마다 많게는 수백배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비급여 진료비 가격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84.5%는 “천차만별 비급여 진료비 가격을 제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비급여 진료 전 항목과 가격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지에 대해선 34.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5.5%는 “설명을 들은 적 없다”고, 40.3%는 “진료 후 간략하게 통보받았다”고 답했다.
비급여 항목의 가격 관리를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53.6%가 ‘정부에서 상한가를 정하고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을 꼽았다. 이어 ‘급여 가격과 같이 정부에서 직접 가격을 정하는 방식’(43.0%), ‘유사한 급여 치료재료 가격을 기초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34.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86.9%는 ‘정부가 비급여 권장가격을 국민에게 제공한다면 병원 선택 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비급여 가격 고지와 공개제도, 보고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개제도는 공개 항목과 범위가 제한적이고, 보고제도는 일부 항목에 대해 1년 중 1~2개월분 진료만 보고해 전체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비급여 전체 보고 의무화 ▶비급여 명칭 표준화 및 목록 정비 ▶비급여 표준가격제·가격상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