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中 줄고, 美 늘어...올해는 美中 '줄타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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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대미(對美) 수출 격차가 2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대상국 1위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고, 2위 대미 수출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2023년보다 6.6% 늘어난 1330억 달러로 교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대미 수출은 1년 전보다 10.45% 증가한 1278억 달러였으며, 중국에 이어 2위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 격차는 52억 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2003년(9억 달러) 이후 차이가 가장 좁혀진 것이다. 2018년에는 대중·대미 수출 격차가 894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대중 수출은 2021년 1629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4년 1330억 달러까지 줄었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중간재 자급률 상승으로 한중 교역 구조에 변화가 생겨서다.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7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자동차(8.2%)·반도체(122.8%)·일반기계(3.6%)·컴퓨터(196.8%) 등의 대미 수출이 두드러졌다.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 등 첨단산업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 기계류 및 중간재 수출이 크게 늘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도 반도체 수출에 기여했다. 미·중 갈등도 대미 투자와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대중·대미 수출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어느 한쪽에 집중한 수출 전략을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미 수출이 늘고,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은 수출 대상국 다변화 측면에서 한국에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대중 수출 둔화가 단기간 급속하게 진행되면 한국의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에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할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 향후 대중 수출을 확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 수출이 늘어나는 것 역시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557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인상 등 보호 무역주의 강화를 예고하고 있어 한국이 흑자를 보는 현재의 교역 구조에 대한 조정 압력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미 수출에 영향을 줄 수 밖에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요 수입 상대국에 1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엔 60%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21~2023년 평균 대비 8.4~14.0% 감소한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액(6838억 달러·8.2% 증가)을 기록하고도, 올해 수출 성장 전망을 1.5%로 낮춰 잡았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미·중갈등 심화 ▶중국 공급과잉 등 올해 대중·대미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오히려 대중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등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시나리오가 다양해 전망이 어려운 상황”며 “전세계적으로 동맹국 위주의 무역 블록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두 마리 토끼(중국과 미국)’를 잡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와 민간에서 아세안·글로벌사우스(아프리카·남미·중앙아시아)·인도 등 수출 지역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