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당선 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극초음속 미사일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TV가 3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 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3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 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6일 낮 동해 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행정부 출범(1월 20일)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의 탄핵 정국을 노려 대북 대비 태세를 떠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추가로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낮 12시경 평양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탄도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1100여㎞를 비행한 뒤 동해 상에 탄착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또 해당 거리를 100km 정도의 고도에서 평균 음속의 11배(마하 11) 이상의 속도로 비행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다”며 “발사 직후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으며,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사일은 함경북도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 방향으로 비행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도 미사일이 최고 약 100㎞ 높이로 약 1100㎞를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초기 평가에서 이번 미사일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사거리 3000~5500㎞)급 엔진을 활용해 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최종 분석에서 사거리가 중거리 미사일보다 짧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북한이 추진체의 연료를 의도적으로 조절해 사거리를 줄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를 통해 고체 연료 엔진의 안전성 검증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이날 북한이 쏜 게 극초음속 미사일이 맞다면 지난해 4월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화성포-16나형’ 계열일 수 있다.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은 콜드런치 방식으로 기습 발사가 가능해 대응이 까다롭다. 또 탄두부에 다탄두를 장착할 경우 한·미가 촘촘히 깔아둔 방공망을 회피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이번 발사를 통해 극초음속 미사일의 가오리형 활공체(HGV)의 활공 도약과 측면 기동의 신뢰성을 확인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한·미 동시 겨냥 택일했나

시기적으론 북한이 한국의 권력 공백기와 미국의 행정부 교체기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북한은 이미 발사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의 결단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할 시기를 골랐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중과 당선 뒤에도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대통령 보좌관 겸 백악관 운영 담당 부(副)비서실장으로 윌리엄 보 해리슨을 기용하면서 그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때마다 계획 수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굳이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들은 트럼프의 당선 소식도 아직 보도하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3~27일 노동당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최강경 대미 정책”을 선언하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으며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김정은식 메시지 발신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해 미 대선 당일(11월 5일) 사리원 일대에서 대남용 단거리미사일(SRBM)을 발사한 게 마지막이었다. 약 두 달만의 도발 감행일로 이날을 택한 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마지막 방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 시각 서울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중이었다. 미 고위 당국자가 한국을 찾아 진행되는 외교 이벤트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로 사실상의 리더십 공백 상태라는 점을 노렸을 수도 있다. 군 통수권자와 국방부 장관 등 군 최고 수뇌부가 동시 대행 체제를 맞은 가운데 북한의 ‘나쁜 행동’을 응징하기 위한 과감한 정무적 결단을 내리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인 2016년 말~2017년 초에도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 미사일 등 미사일 도발을 수 차례 한 전례가 있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도 이 때 이뤄졌다. 이외에 새해 들어 지난 3일 해군의 전 해상 실사격 훈련과 오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앞둔 점 등도 김정은의 ‘택일’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북한은 2021년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5대 국방과업’의 하나로 제시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올해는 8차 당 대회의 마지막 해인 만큼 기술적 완성도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4월 북한이 화성포-16나형 발사 성공을 주장했을 때 군은 북한의 발표가 과장됐다고 평가했지만, 그 사이 기술 진전을 이뤘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근 북·러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만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김정은은 2023년 9월 북·러 정상회담 기간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관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