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는 6일 김씨의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구속된 지 24년, 재심 개시 결정 9년여 만이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자택에서 아버지(당시 52세)에게 수면제를 탄 술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2000년 8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당시 김씨는 집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 30알을 탄 양주를 먹인 후 승용차에 태워 완도읍 일대를 돌아다니다 살해하고, 집에서 6㎞가량 떨어진 도로에 아버지의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기소 당시 김씨가 아버지 이름으로 8개의 보험에 가입한 후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약 8억원을 받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부인하는 자백, 유죄 증거 안 돼”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 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는 다른 동기로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김씨의 자백을 들은 친척과 경찰관들의 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건넨 다량의 수면제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점도 명확하지 않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먹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의 고도 명정상태(운동 장애·혼수 상태 가능)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재심 결심공판 당시 “김씨가 자신과 여동생을 성적으로 학대한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피해자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 결과에 대해 검찰이 불복해 항소하면 2심, 상고심이 이어질 수 있다.
검사 “보험금 노리고 아버지 살해”
김씨는 또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끝까지 못 지켜드려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낙동강살인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동익씨와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후 “24년간 무죄를 주장해 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며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공정하고 편견 없이 재판해준 판사님들께 감사하고, 응원해 준 시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