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소지품 찾으러 돌아왔다”…주인 기다리는 유류품 750여점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눈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눈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유가족 A씨가 3번 게이트에 마련된 유류품 안내창구 앞으로 걸어왔다. 그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출한 뒤 유류품 보관소를 오가는 버스에 올랐다. A씨는 버스에 타기 전 “(아내의) 시신도 온전히 찾지 못해 유류품이라도 찾기 위해 다시 무안에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B씨는 “아버지가 남기신 유류품이라도 간직하고 싶어 공항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시신 인도가 마무리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을 간직한 채 유류품을 인도받기 위해 무안공항을 다시 찾고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놓인 조화와 물품이 흰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울타리에 놓인 조화와 물품이 흰 눈에 덮여 있다. 연합뉴스

7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희생자 유류품 1000여점 중 244점의 소유자가 확인돼 유족에 전달됐다. 그동안 141명의 유족이 유류품 보관소에 다녀갔으나, 750점 이상의 유류품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공항 보관소에 남아있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유족이 유류품 보관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운영해왔다. 유족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운영되는 버스를 타고 보관소를 방문하고 있다. 수습당국은 오는 10일까지 유족에게 유류품 보관소를 공개할 예정이다.

당초 경찰은 경찰청 유실물 통합포털(LOST 112)을 통해 유실물을 공개하려 했으나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인도하기로 했다. 유류품 보관소는 유족과 유족의 허락을 받은 사람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류품은 포털에 등록은 한 상태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주차장에 희생자들이 남겨둔 차량과 유가족·수습 관계자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주차장에 희생자들이 남겨둔 차량과 유가족·수습 관계자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무안공항 주차장에 세워진 희생자들의 차량도 유족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차량 인계 신청이 접수된 19대의 차량 중 10대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유족이 원하는 날짜와 장소로 견인업체를 통해 옮겨주는 방식이다.  

일부 유족은 “여분의 차량 열쇠(스페어 키)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열쇠 제작은 12건이 접수됐으나, 제작 기간이 걸리는 탓에 아직 인계받은 유족은 없는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스페어 키 제작은 통상 국산차 1주일 이상, 수입차 4주 이상이 소요된다”며 “경황이 없어 신청을 못 한 유족이 있어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면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 대합실에 구호텐트가 철거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족을 위한 구호텐트는 정비 후 2층에 재설치됐다. 황희규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열흘째인 7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 대합실에 구호텐트가 철거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족을 위한 구호텐트는 정비 후 2층에 재설치됐다. 황희규 기자

현재 무안공항은 유족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자리를 비워 한산한 분위기다. 유족이 돌아올 것에 대비해 2층에 설치된 유가족 셸터(쉼터)만 남기고 1층 셸터는 정리한 상태다. 

참사 후 유족들이 머물렀던 청사 내부는 의료봉사 창구와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항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함박눈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간간이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장례식을 치른 후 오는 11일 무안공항에 모여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다. 오는 18일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합동추모제가 열린다. 전남도는 전날 “무안공항 주변 7만㎡에 460억원을 투입해 추모탑과 유가족을 위로하는 숲·정원 등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