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뒤 탄핵소추된 검사 3인 측이 헌법재판소의 변론준비기일에서 ‘부적법한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측은 ‘법률 위반이 중대하지 않아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김복형·김형두 수명재판관은 국회 측의 소추의결서 내용 중 쟁점과 증거를 정리했다. 지난달 1차 준비기일을 열었지만 국회 측에서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불출석해 공전했던 사건이다. 준비기일은 당사자 출석의무가 없어, 검사들은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 측은 소추의결서에서 ▶김건희 여사를 검찰청으로 소환하지 않고 경호처 부속 건물에서 비공개 조사하는 등 편의를 봐준 점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검찰 내부적으로 ‘레드팀’을 만들어 불기소 처분을 한 점 ▶불기소처분 이후 기자회견 및 국정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한 것 등이 헌법·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창수 검사장에 대해선 ‘검찰총장의 직무대리명령 없이 중앙지검 소속이 아닌 검사를 수사에 참여하게 한 것이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인 검사 3인은 “일단 탄핵소추가 국회의 권한 남용으로 부적법하고, 소추사유가 특정되지 않아서 답변이 불가능하며 종합적으로 소추사유라고 주장하는 내용들 모두 적법한 절차를 거친 직무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어느 부분이 헌법과 법률 위반인지 구체화해 달라"
재판부는 국회 측에 “소추사유별로 피청구인들이 어떤 지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고, 누가‧어디서‧어떤 행위를 한 것이 어떤 헌법과 법률 위반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상 대부분의 사건에서 재판부가 준비기일에 보강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이에 국회 측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은 형사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의 공소장처럼 정확히 구체적으로 적기 어렵다”며 “관련 사건인 도이치모터스 사건 기록 전부를 받아보게 해주시면 그걸 보고 구체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피청구인 측은 “탄핵 전 국회 법사위 조사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도 절차를 외면하고 졸속으로 탄핵소추 의결을 했다”며 “비합리적이고 추상적인 의심으로 탄핵소추를 한 뒤 여러 자료를 재판에서 입수해서 구체화하겠다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소추 사실이 특정되는지, 각하 사유인지에 대해 쌍방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며 “탄핵을 청구한 쪽에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재판부가 판단을 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 막연한 추측이나 짐작으로 ‘탄핵사유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판단을 할 수가 없다”며 인물, 시각, 행위 등을 구별해 정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국회 측은 “저희가 두루뭉술하게 소추사유를 적어내곤 재판부에 수사하는 것처럼 자료를 받게 해달란 취지는 아니다”면서도 “김건희 무혐의 처분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데, 그 기록을 보지 않고 어떻게 입증을 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중대한 법률 위반' 수준 놓고 의견 갈려
헌재는 오는 22일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국회 측에서 이미 12월에 한 차례 불출석했고, 준비명령에 대한 답변이나 증거신청을 최근에야 하셔서 소추위원 측의 의사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헌법재판은 신속‧공정하게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므로 양 당사자 모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