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공격 방어용 130m '개미굴'…미디어아트 체험장으로 변신

다음 달 4일 개관을 앞둔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외경. 전주시 완산구 완산칠봉 중턱에 자리한 벙커는 1973년 전쟁 등에 대비해 방공호로 만들어졌지만, 2005년 전북도청 지하에 별도 대피 장소가 생기면서 방치됐다. 전주시가 2019년부터 92억원을 들여 벙커를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사진 전주시

다음 달 4일 개관을 앞둔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외경. 전주시 완산구 완산칠봉 중턱에 자리한 벙커는 1973년 전쟁 등에 대비해 방공호로 만들어졌지만, 2005년 전북도청 지하에 별도 대피 장소가 생기면서 방치됐다. 전주시가 2019년부터 92억원을 들여 벙커를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사진 전주시

전주시, 2월 4일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개관 

52년 전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산 중턱에 땅을 파 만든 벙커가 미디어아트 전시·체험 시설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8일 “방공호 기능을 상실한 폐벙커를 문화관광시설로 새로 단장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를 다음 달 4일 열고, 5일부터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2019년 92억원을 들여 완산구 완산칠봉에 자리한 벙커를 우주의 신비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비디오·컴퓨터 등을 이용해 만든 미술 작품) 체험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이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을 인근 지역으로 끌어들여 구도심을 활성화하겠다며 발표한 ‘완산칠봉 관광 명소화 사업’ 중 핵심 프로젝트다. 한빛마루공원 조성 등을 포함해 완산칠봉 명소화 사업비는 총 530억원이다.

다음 달 4일 개관 예정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다음 달 4일 개관 예정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미디어아트를 전시 중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미디어아트를 전시 중인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부 모습. 사진 전주시

1973년 방공호 구축…2006년 용도 폐기

완산벙커는 1973년 전쟁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방공호와 군·경 지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2816㎡(약 853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터널 길이만 130m에 달한다. 하지만 2005년 전북도청 지하에 별도 대피 장소가 생기면서 2006년 용도 폐기된 채 방치됐다. 이후 2009년부터 고구마 저장고 등으로 쓰이다가 2014년 폐쇄됐다. 다만 2017년 정밀 안전 진단에서 B등급을 받아 시설 이용엔 문제없다고 전주시는 전했다.

이번 사업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기본계획 수립 연구 대상지 공모 사업’에 전주시 아이디어가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문체부는 “완산벙커는 흔치 않은 터널형 건축물로, 보존 가치와 문화 재생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전주시는 복도에 20개 방이 연결된 개미굴 형태의 공간 특색을 살려 완산벙커를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육문주 전주시 관광산업과장은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란 명칭은 2023년 공모를 통해 확정했다”며 “시설별로 스토리를 입히고, 멀티버스(다중우주) 소재를 녹여 콘텐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해 11월 30일 시청 4층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조성 등 '완산칠봉 관광 명소화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완산칠봉 관광 명소화 사업' 구상도. 사진 전주시

‘다중우주’ 설정…이성계 ‘천상열차분야지도’와 연계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군 통신시설로 알려진 완산벙커가 사실은 1973년 창설돼 비밀리에 운영되다가 폐쇄된 다중우주 연구 기지였고, 비밀 요원이 된 관람객이 다중우주론(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가며 비밀 공간인 벙커를 탐험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5년에 만든 천문도(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에 다른 우주와 이어지는 비밀 열쇠가 숨어 있다는 가상 이야기도 담았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당초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지난해 7월 개관이 목표였다. 하지만 장마철 누수와 결로 발생 등을 이유로 보강 공사가 길어지면서 개관이 늦어졌다. 우 시장은 “완산공원은 전주의 옛 지명인 ‘완산’이 자리한 역사의 탯줄과 같은 곳이지만, 도시화 속에서 점차 낙후해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트로 도시 산업·경제를 회복하고, 완산동 일원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 '차원의 문'. 사진 전주시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내 '차원의 문'. 사진 전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