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왼쪽 생난리, 니는 잘했나"…은퇴 공연서 정치권에 일침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은퇴를 선언하고, 가수 생활 마지막 공연인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전국투어를 진행 중이다.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OP돔에서 진행하는 5회차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사진 예소리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은퇴를 선언하고, 가수 생활 마지막 공연인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전국투어를 진행 중이다.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KSOP돔에서 진행하는 5회차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사진 예소리

“이제 그만 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할라 캤는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립니다. 니는 잘했나?…우리 어무이가 형제는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싸우면 안 된다고 그랬습니다. 누가 어쩌고저쩌고 난리가 났는데 묻고 싶습니다. 지금 하는 꼬라지들이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하는 짓거리인지.”

 
가수 나훈아가 혼란스러운 정국에 일침을 가했다. 1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무대에서다. 그는 햇수로 59년의 가수 인생 마침표를 찍는 자리에서도 불안한 민생을 걱정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나훈아가 가장 강조한 세 가지는 국방, 경제, 출산율이다. 그는 “우리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져도 안 이상한 대한민국에서 군인들이 전부 잽히들어가고, 어떤 군인은 찔찔 울고 앉았고 이것들한테 우리 생명을 맡긴다는 게 웃기지 않나”라며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또 “언론이 이런 걸 생중계하면 안 된다. 이걸 제일 좋아하는 건 북쪽의 김정은”이라며 “국방에 대한 문제를 정치하는 분들이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모인 약 1만 명의 관객들은 “반은 국방을 신경 써야 하고, 또 반은 우리가 먹고 사는 경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둘 다 어디로 다 가뿌리고…”라는 나훈아의 말에 박수를 치며 공감했다.

나훈아는 “이거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며 중앙일보의 인구감소 기사를 스크린에 띄웠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현실이고 당장 밤새서 의논하고 안건을 내놓아야 할 문제다. 언론은 정신을 차려서 자살율을 낮출 수 있는 기획을 해서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에서 허벅지까지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나훈아. 사진 예아라

공연에서 허벅지까지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나훈아. 사진 예아라

 
출산율을 위해선 “애들이 애를 안 낳는다고 하니, 우리라도 애를 낳아야 한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70대의 나훈아는 민소매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청춘을 돌려다오’를 열창하며 무대를 한바탕 뛰어다닌 후, 청춘을 붙잡는 비결을 공개했다. “아직도 신문 보고 책을 볼 때 안경을 안 쓴다. 음악을 가까이 해야 한다. 잡생각이 사라지면서 스트레스 예방이 된다”며 자신의 주름 없는 손과 탱탱한 얼굴 피부를 카메라 가까이에서 자랑했다.

청춘 나훈아의 면모는 약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전반에서 느낄 수 있었다. ‘기장 갈매기’를 부를 땐 뮤직비디오 속 액션 장면을 퍼포먼스로 보여줬고, ‘체인지’를 부를 땐 K팝 아이돌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한 채 댄스에 집중한 무대로 시선을 끌었다. 통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준 ‘무시로’, 10초 이상 음을 뱉으며 엄청난 폐활량을 자랑한 ‘영영’, 가슴까지 마이크를 내려 고음을 뽑아낸 ‘아름다운 이별’ 등 무대마다 색다른 매력을 꺼냈다.

특히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등근육을 드러내 팬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이날 나훈아가 입은 무대의상은 오프닝곡 ‘고향역’에서의 흰 옷, 정치인들에 일침을 가하며 부른 노래 ‘공’에서의 한복 스타일을 포함해 10벌 이상이다. 나훈아는 “지방에서까지 와주신 분들이 있어 눈 요기라도 하라고 옷을 여러 번 갈아입었다. 자식들이 컴퓨터 앞에서 힘들게 구한 티켓으로 온 것을 다 알기에, 그 값을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공연은 첫 날 10일에 이어 11일과 12일 하루에 2회씩, 총 5회차로 마련됐다. 지난해 4월 인천을 시작으로 광주, 울산, 대구, 부산 등 14개 도시를 돌고 서울서 진짜 마무리되는 나훈아의 은퇴 공연이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자필 편지를 통해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고 밝혔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장문의 글로 은퇴를 알렸다. 사진 예소리

나훈아는 지난해 2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장문의 글로 은퇴를 알렸다. 사진 예소리

 
일산에서 온 60대 부부 권현숙, 안문노 씨는 “체력도 대단하고 음악도 다양해서 아직 더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별이라니 아쉽고 서운하다. 요즘 TV에 젊은 트로트가수만 많이 나와서 전설적인 가수들의 활동이 귀해지는 느낌인데, 나훈아 따라서 다른 가수들도 은퇴를 생각하는 것 아닐까 걱정된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무대에서 나훈아는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심이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이다. (관객석에서 ‘아니에요’가 나오자) 아니긴 뭐가 아니냐. 내 공연은 보시다시피 힘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가 없다. 나도 후배들 몇 명 데려와서 쉬었다가 나오면 편한데, 여러분들은 나를 보러온 것 아니냐”면서 “스타로서 구름 위를 걸으며 살았는데 앞으로는 땅에서 걸으면서 살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연습하면서 스태프들 사이에서 슬픈 기운이 감돌았는데, 나는 꾹 참고 절대 울지 않겠다”며 드론에 마이크를 걸어 떠나보낼 땐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