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 빙판길 사고... “오전 4~6시가 가장 치명적”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 다중 추돌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14일 오전 5시 16분께 경기도 고양시의 자유로 구산IC 인근 파주 방향 도로에서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 총 44대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또 오전 5시 50분께 인근의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도 40여대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여러 건의 추돌사고가 일어나 모두 10여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에 발생한 이들 교통사고의 원인은 ‘빙판길’로 추정된다. 앞서 경기도 북부 지역에는 전날과 이날 새벽 비나 눈이 내렸다. 

 이렇게 도로에 내린 눈·비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새벽에 살짝 얼면서 빙판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블랙 아이스(Black Ice)’라고도 부른다.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빙판길 교통사고는 차가 살얼음에 미끄러지면서 제어가 안 되는 탓에 그 위험성이 상당하다. 이는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5년간(2018~2022년)의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이 기간에 교통사고는 모두 105만 6368건이 발생해 1만 5862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1.5%였다. 치사율은 사고100건당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도로에 서리가 내리거나 살얼음이 얼어서 발생한 ‘결빙 교통사고’는 4609건으로 사망자는 107명이었다. 치사율이 2.3%로 전체 교통사고보다 1.5배가량 높다.

 특히 고속도로 빙판길 사고는 더 치명적이다. 해당 기간에 87건의 결빙교통사고가 일어나 14명이 숨졌다. 치사율이 무려 16.1%로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의 치사율과 비교하면 11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 한국도로교통공단

 
 일반도로를 포함한 결빙 교통사고의 76%는 12월과 다음 해 1월에 집중된다. 또 빙판길 사고를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위험 시간대는 오전 4~6시로 치사율이 8.8%나 된다. 결빙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오전 8~10시)의 치사율(1.6%)보다 5.5배나 높다. 

 이 때문에 비나 눈이 내렸거나 내리는 새벽 시간대에 운전할 때는 급제동과 급가속을 피하고, 핸들도 급하게 돌려서는 안 된다. 또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감속해야만 만일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어두운 새벽에는 도로 위 살얼음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가 방심해 평소처럼 속도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단 관계자는 “교량과 고가차도, 터널 및 지하차도, 급커브 구간 등은 상대적으로 겨울철에 빙판길이 생기기 쉬운 지역”이라며 “기온이 낮은 상황에서 이런 곳을 지날 때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속도를 줄여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