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새벽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와 방문조사를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대통령실 기자단을 통해 2443자 분량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대통령실은 경찰·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일이 오는 15일로 점쳐지는 가운데, 정 실장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한 절충안을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앞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을 위해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경찰 역시 광역수사단 지휘부가 모여 체포영장 집행에 1000명 안팎의 경찰을 동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경호처 병력의 네다섯배가 넘는 경찰 경력을 동원해 경호처의 경호 경비를 무력화시키겠다고 한다”며 “직무가 중지됐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석열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경찰과 공수처를 비판했다.
체포 대신 방문조사 등을 제안하는 근거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우려스려운 것은 경찰 병력과 경호처 경호원 사이의 충돌 가능성”이라며 “국가 기관과 기관이 충돌하면 중재할 수도 조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공수처 “요청 전달된 바 없어” 변호인단 “사전 논의 안돼”
공수처는 정 실장이 내놓은 방안들에 대해서는 사전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변호인 선임계만 들어온 상태고, 다른 요청이나 의견이 전달된 바 없다”며 “저희는 꾸준히 출석을 요청해 왔고, 정당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법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의 호소문은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과도 상의 없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사전에 상의되거나 검토된 바 없다”며 “정 실장이 충돌을 피하자는 마음에서 절박한 심정에서 개인적으로 의견을 낸 것 같다”고 알렸다. 그는 “기본적으로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며 공수처의 조사에 응할 뜻이 없음을 재차 밝혔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재집행할 예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을 그대로 집행한단 계획엔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에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8시엔 공수처와 비상계엄 특수단, 경호처 관계자가 만나 영장 집행과 관련한 3자 협의를 진행했다. 공수처는 “공조본은 경호처에 안전하고 평화적인 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대한 경호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