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은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화를 벗기로 결심한 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면서 “이제껏 함께 하며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자철은 지난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데뷔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 2010년까지 통산 88경기에서 8골 18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간판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1년 볼프스부르크(독일)에 입단해 유럽파로 거듭났다.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치며 9년 간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한 뒤 알가라파, 알코르(이상 카타르)를 거쳐 지난 2022년 3월 친정팀 제주에 복귀했다.
구자철은 선수 이력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런던올림픽 시상식을 꼽았다. “단상에 올라서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린 그는 “대한민국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메달을 목에 걸 때 너무나 행복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낸 장면을 함께 한 멤버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올림픽 한 해 전 8월11일에 일본 삿포로에서 한일전이 열렸는데, 0-3으로 졌다. 유럽 진출 후 아시아로 건너와 처음 치른 A매치였는데 참패를 당해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설명한 구자철은 “당시 ‘내가 뛰는 한일전에서 또 지면 축구를 그만둔다’는 필사즉생의 각오를 다졌다. 그 다음 한일전이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기성용(FC 서울), 이청용(울산 HD) 등과 함께 한국 축구의 황금세대 멤버로 손꼽히는 구자철은 “두 친구가 (은퇴 결심 이후)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면서 “곧 은퇴할 친구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도록 잘 하고 있겠다”고 다짐했다.
구자철은 친정팀 제주에서 유소년 어드바이저를 맡아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은퇴 이후 내 경험을 한국 축구에 돌려주기 위한 역할을 하고 싶어 수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밝힌 그는 “독일에서 뛸 때 유소년과 경영 분야를 많이 배웠다. 제주에서 좋은 선수를 더 많이 발굴하고 키워낼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 구단과 소속 선수 모두의 성장을 돕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