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주택·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9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2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낸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월간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고강도 대출 규제 속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관망세와 가격 조정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 전월 대비 0.11% 하락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7% 내리며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아파트만 따로 뺀 지수 역시 0.11% 하락하며 내림세로 바뀌었다.
서울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소폭(0.08%) 올랐지만 상승 폭은 4개월 연속 줄었다. 수도권은 보합을 나타냈고, 지방(-0.14%)은 낙폭이 더 커졌다. 연립·단독주택을 제외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은 전월 대비 상승 폭(0.26%→0.09%)이 줄었다. 수도권은 0.02%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인천(-0.32%)이 특히 많이 내렸다. 지방은 전월 대비 0.21%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수도권은 매수 관망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국지적 상승세가 혼재되는 모습"이라며 "지방은 미분양 등 공급물량 적체 지역 위주로 하락하는 등 전국이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1% 오르며 상승 폭이 축소됐다. 서울(0.02%) 및 수도권(0.03%)도 오름폭이 줄었다. 지방 전셋값은 전월보다 0.01% 내리며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전·월세 시장은 정주 여건이 좋은 단지 위주로 상승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세자금 대출 이자 부담, 입주물량 영향 등으로 전세와 월세 모두 상승 폭이 축소 중"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짧아도 올 1분기, 길게는 상반기까지 극심한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계엄·탄핵정국으로 시장과 정책 모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현 상황이 종료돼 판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시장 관망세는 더 깊고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12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 변동율(전월 대비)
거래가 줄면서 매물 적체도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9901건으로 1년 전(7만4067건)보다 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매물량이 22.4%(13만8710→16만9771건) 더 쌓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복합적인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부동산 심리가 얼어붙고 주택 거래는 활력을 잃었다"며 "전국적인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고 서울도 곧 하향세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최고' 서울 아파트 분양가도 꺾여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12월 6.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5일 공개한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전월(4712만원)보다 6.6% 하락한 4401만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분양가는 전월보다 0.54%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로 기록됐다. 지난해 7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8월에 2.04% 하락했다가 9월부터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 행진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12월 들어 꺾이며 서울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만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같은 기간(3495만원)보다는 25.9% 올랐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