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만족도 높다"지만…14개 지자체선 수요 '0'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서울시가 자체 중간 평가 결과를 내놨다. 노동자·사용자 모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결과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선 수요가 저조한 상황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확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는 결과다.

서울시는 15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232개 가정과 28인의 가사관리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85가정,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중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조안과 자스민 에리카가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조안과 자스민 에리카가 자리하고 있다. [뉴스1]

현재 필리핀에서 입국한 98명의 가사관리사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185개 가정에서 가사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차미영 여성가족실 가족정책팀장은 “(주관식으로 진행된) 설문에 응한 232개 가정(고용을 종료한 가정 중 설문 응답 가정 포함)의 95% 이상이 큰 틀에서 만족한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 가정은 “가사관리사가 성실하고 밝으며, 아이들을 좋아한다”며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해서 지저분한 아이 방을 순식간에 깔끔하게 정리한다”고 평가했다.


대기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박진용 서울시 가족담당관은 “현재 795가정이 대기할 정도로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며 “성희롱·성폭행이나 인권침해 상담 사례도 전무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가사관리사도 만족도가 높은 건 마찬가지다. “응답자 28인 전원이 100%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차미영 팀장은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최저 154만원에서 최고 283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평균 월급은 207만원이다. 차 팀장은 “필리핀 1인당 국민소득이 45만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임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노동 시간도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 평균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며, 가사관리사가 원하면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 52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 문화·생활을 즐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주 30시간만 근무하기도 한다.

생활비도 아낄 수 있다. 서울시가 이들을 위해 마련한 숙소는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이다. 지하철역이 인접하고, 개별 세면대·샤워장도 있다. 방 크기에 따라 납부하는 숙소비는 월평균 46만원 수준으로, 서울 시내 평균 월세(59만원)나 강남구 평균 월세(70만원)보다 저렴하다. 쌀·햄·라면·시리얼·세제 등 식료품·생필품까지 무상 제공한다.


월평균 급여 207만원…예비 수요 952명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다음 달 끝난다. 서울시는 고용노동부와 논의해 향후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기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하기 원했지만 배정받지 못한 가정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 향후에도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할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수요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 변수다. 부산시·세종시가 각각 20명 이하의 수요가 필요하다고 제출했고, 나머지 14개 지자체는 수요가 0명이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선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저출생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규모를 12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가사관리사의 국적도 필리핀을 비롯해 캄보디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으로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추진 시기·방식은 미정이다.  

이에 대해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서울시가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만족도가 높고 대기수요도 꾸준하다”며 “시범사업 이후 추진 방향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와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