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계엄 특검법안에는 야당안과 달리 ‘카카오톡 검열’ 논란을 초래한 내란 선전·선동 혐의와 외환죄 위반 혐의 수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수사 범위도 비상계엄 준비부터 해제까지 발생한 구체적 행위로 제한했고, 별건 수사 논란이 된 인지 수사 조항도 제외했다. 특검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당론 발의를 의결하기까지 약 2시간 동안 열린 의총은 진통을 거듭했다. 특히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한 직후라서 자체 특검법안 발의에 반대와 우려 의견을 표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어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서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울먹이며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그는 “괴롭고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서도 “당의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공개 의총에선 윤상현·나경원·정점식 의원 등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선 기간 내내 야당의 선전 기구가 될 것이다”, “대통령 빼면 더 수사할 대상이 없다”며 특검법 발의에 부정적인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초선 의원은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을 개별적으로 설득하면 되지, 왜 전체가 발의하느냐”고 따졌다. 1차 내란 특검법 표결 때 찬성표를 던진 한지아·김상욱 의원 등을 상대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도 나오면서 특검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의총 중반부터 최형두 의원 등이 “여론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하다”, “우리 안으로 민주당 특검을 막아야 한다”며 원내 지도부에 힘을 보탰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특검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내부 이탈표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의 발의”라며 “마지막에 당론 발의에 반발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권 원내대표가 관철했다”고 말했다. 1차 내란 특검법은 8일 본회의 재표결 끝에 부결됐지만, 여당에서만 6명이 이탈했다. 8명 이상 이탈하면 민주당 특검법 통과를 막을 수 없다. 1차 내란 특검법에 찬성했던 한 의원은 “여야 협상 없이 민주당 특검법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엄 특검법 발의로 야권의 ‘계엄 옹호’ 비판에 선을 그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부정 선거 의혹과도 거리를 뒀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체포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너무 많다”며 “부정 선거 진상 파악을 위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소한의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공식 석상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입에 담지 않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탄핵과 체포 국면에서 결집한 보수층의 마음도 달래면서, 계엄 사태에 실망한 중도층 사이에서 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부정선거 의혹에 휩쓸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