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린치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유족은 16일(현지시간) 린치 감독의 페이스북 계정에 "우리 가족은 깊은 슬픔을 느끼며 예술가이자 한 인간인 데이비드 린치의 별세를 발표한다"고 썼다.
린치의 사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오랜 흡연으로 인해 지난해 만성 폐 질환인 폐기종 진단을 받고 외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린치 감독은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들로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에서는 '컬트 영화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1946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농무부 소속 연구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그림에 흥미와 재능을 보여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등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1970년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해 미국영화연구소(AFI) 산하 영화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며 저예산으로 첫 장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만들었다. 기괴한 이야기와 영상을 담은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컬트 장르의 고전으로 꼽힌다.
이어 1980년에 개봉한 '엘리펀트 맨' 역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섹스와 폭력을 집중적으로 다룬 몽환적인 영화 '블루 벨벳'(1986)은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줬으며, 일부 혹평도 있었지만 거리낌 없이 과감한 연출로 린치 감독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이어 그는 1990년 내놓은 영화 '광란의 사랑'(원제 Wild at Heart)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당시 신인급이던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린치 감독의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TV 드라마 시리즈 '트윈 픽스'(1990∼1991)다. 살인사건 수사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한국에서도 1993년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린치 감독은 그밖에도 '로스트 하이웨이'(1997), '스트레이트 스토리'(1999),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등 걸출한 영화들을 남겼다. 마지막 장편영화는 '인랜드 엠파이어'(2006)였다.
2017년에는 '트윈 픽스'의 25년 후 이야기를 그린 후속 시즌 '트윈 픽스: 더 리턴'을 선보이며 연출가로 복귀했다.
그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로 칸영화제에서 또 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오스카상은 후보(작품상·감독상 등)에만 4차례 올랐고 수상은 하지 못했다. 2020년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