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무엇인가...연상호 신작영화 ‘계시록’이 던지는 질문

'계시록'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인 목사 성민찬(류준열, 사진). 류준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 넷플릭스

'계시록'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인 목사 성민찬(류준열, 사진). 류준열은 이번 작품을 통해 연상호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사진 넷플릭스

“눈앞의 지옥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고 질문하던 연상호가 믿음의 본질을 캐묻는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드라마 ‘지옥’(2021·2024)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영화 ‘계시록’이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연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함께 만든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연 감독은 18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물들의 파멸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 “‘계시록’은 연상호의 정수가 응축된 작품”이라며 “전작과 달리 판타지 요소나 CG를 배제, 사실적인 심리스릴러를 그리려 했다”고 전했다.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 권양래(사진)를 연기한 신민재는 '정이'(2023),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등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네번째로 만났다. 사진 넷플릭스

발목에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 권양래(사진)를 연기한 신민재는 '정이'(2023),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등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네번째로 만났다. 사진 넷플릭스

‘계시록’의 주인공은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형사 이연희(신현빈)다. 둘 앞에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나타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민찬은 양래를 ‘사탄의 자식’이라 믿고, 연희는 ‘악의 도전’으로 본다. 그러다 중학생 신도 아영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권양래가 저지른 범죄일까? 관객은 아영의 구출 과정에 몰입하다가도, 민찬이 되어 양래를 의심하거나 연희가 되어 양래를 없애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민찬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교리를 설파하며 5년 간 ‘개척 사명’에 매진하는 목사다. 모시는 스승의 아들에게 매번 밀려나지만, 더 큰 성공을 향한 욕심을 놓지 않는다. 연희는 과거 범죄 피해자로 목숨을 잃은 동생의 언니이자 경찰로, 범죄로부터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이연희(신현빈, 사진)는 권양래로 인해 동생을 잃은 형사다. 묵묵히 권양래를 좇지만,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다는 내적 갈등 속에 헤매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믿음을 흔들 줄 아는, 민찬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이연희(신현빈, 사진)는 권양래로 인해 동생을 잃은 형사다. 묵묵히 권양래를 좇지만,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다는 내적 갈등 속에 헤매이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믿음을 흔들 줄 아는, 민찬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인물이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는 자신의 믿음에 갇힌 채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들을 통해 스스로의 굳어버린 믿음을 들춰보자고 권유한다. 맹목적 믿음을 가진 이들로 가득한 현실, 당신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가. 웹툰은 3년 전 완결됐지만, 뜨거운 갈등이 잔존한 한국 사회에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목사와 형사 역할을 맡은 류준열과 신현빈은 ‘계시록’을 통해 연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으로 연 감독 작품에 네 번째 합류한 신민재도 만날 수 있다. 특히 짧은 머리를 하고 맨 얼굴로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는 신현빈의 연기가 돋보인다. 연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장르 특성상 배우들 역할이 중요했다. 세 명이 한 곳에 모인 후반부의 장면은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의 주제의식에 비해 아쉬운 면도 있다. 웹툰 속 연출과 대사를 그대로 옮겨 온 화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후반부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폭력을 적나라하게 담은 장면은 주의가 필요하다.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