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저엔 '7비서관'만 남았다…尹 체포날 보인 용산 균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며 대통령실도 충격에 휩싸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내란 수사에 법적 논란이 있고, 아직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 중이란 점에서 불구속 수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구속 당일인 지난 19일 “다른 야권 정치인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을 비판했던 대통령실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 파장이 커지며 다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이번 폭력 사태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여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에 따른 장기 공백이 현실화되면서 대통령실 내부의 분화 움직임도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며, 탄핵 심판 전까지 싸우자는 강성파와 헌법재판소 및 법정 다툼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파, 윤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포기했거나, 이미 대통령실을 떠난 이탈파로 갈라서고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이같은 균열의 정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15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 당시 한남동 관저에 남아있던 ‘7 비서관’이 거론된다. 

지난달 31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앞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하던 모습. 윤석열 대통령 탄핵 뒤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뉴스1

지난달 31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서울시청 앞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를 하던 모습. 윤석열 대통령 탄핵 뒤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뉴스1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일 대통령실 인사 중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일했지만, 관저 내부엔 일부 비서관이 남아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현장에 있던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실무 대응을 위한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검찰 수사관 출신인 강의구 제1부속실장과 장순칠 제2부속실장, 시민사회수석실 1·2·3(주관성·정호윤·정호성) 비서관, 이기정 의전비서관, 최재혁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자리를 지켰다. 관저에는 대통령실을 떠난 뒤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합류한 최진웅 전 국정메시지비서관도 머물렀는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중 장순칠·정호윤·정호성·최진웅 등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탄핵을 경험했던 인사들이다. 최근 이들을 만났다는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의 여론전에 휩쓸려 박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이번 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한때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대학교수 출신 수석과 늘공(직업 공무원) 비서관은 관저에 없었을뿐더러,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거의 관저를 찾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수석들은 정부 주요 회의에 참석하고 있지만, 자리를 지킬 뿐 별다른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사과할 때는, 일부 수석이 강력히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외교ㆍ통일ㆍ국방부가 각개 전투를 벌이며, 국가안보실의 컨트롤타워 기능도 약화한 상태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시된던 당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이 버스로 막혀있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실시된던 당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이 버스로 막혀있던 모습. 연합뉴스

강성파로 분류되는 한 대통령실 인사는 “윤석열 정부의 레거시들이 지워지고 있다”며 “수석급에서 논평과 비평만 하지 말고 좀 더 나서줘야 한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관망파와 이탈파 사이에선 “위헌, 위법적 비상계엄을 한 윤 대통령을 납득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 연휴 대비 중앙·지방 안전점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설 연휴 대비 중앙·지방 안전점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현직 국가원수 구속이라는 전례 없는 어려움, 모든 절차 헌법과 법률 따라야=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중앙ㆍ지방 안전점검회의에서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로 모든 주장과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서울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법 폭력 사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지금 우리나라는 현직 국가원수의 구속이라는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법과 폭력을 통해 자기 주장을 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법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경찰청에도 “모든 시위대가 법과 절차를 지킬 수 있도록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