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가장 춥다, 트럼프 취임식 덮친 '북극 한파'…온난화의 역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하루 전인19일(현지시간)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눈을 맞으며 근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하루 전인19일(현지시간)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눈을 맞으며 근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20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 40년 만의 혹한이 찾아온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내려온 ‘북극 한파’가 미국을 덮치면서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 D.C는 이날 최저기온이 -14.4도(화씨 6도)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당선인은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두 번째 취임식 이후 40년 만에 실내 취임식을 열기로 결정했다. 

트럼프의 취임식 계획까지 바꾸게 한 북극 한파는 역설적으로 그가 부정하는 기후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록적 한파는 간혹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최근 들어 북반구 중위도 지방의 북극 한파가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기후 전문가인 반기성 케이클라이밋 대표는 “현재 미국을 덮치는 추위는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북극 중심부를 도는 강한 저기압)가 붕괴하면서 미국 쪽으로 내려간 영향”이라며 “북극 소용돌이의 붕괴는 원래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최근 들어 붕괴 양상이 불규칙하고 중위도 지방에 북극 한파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북극의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 평균보다 4~5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학계에선 이 영향으로 북극 소용돌이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극 온도가 뜨거워질수록 소용돌이가 약화하기 때문이다. 소용돌이가 붕괴하면 소용돌이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북극 한파를 가두는 기류)도 구불구불하게 도는데, 이 과정에서 자주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와 한파를 일으킨다.  

극지 전문가인 김백민 부경대 교수는 “아직 소용돌이 붕괴에 관한 정량적인 보고는 없지만, 과거와 달라진 양상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북극 한파가 대만에도 닥쳤고 이번에 미국에서는 남부 플로리다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과거에 없던 현상”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만에서는 1월 초 기온이 급락한 영향으로 11일까지 492명이 ‘병원 밖 심정지’(OHCA)로 사망했다.  


20일 현재 북반구 일기도. 미국을 가리키는 오른쪽 위 동그라미 영역에 쪼개진 극소용돌이 저기압(L)이 내려가 있는 모습. 한국(아래쪽 동그라미 영역)은 공기 흐름이 동서로 이어지며 북극 한파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사진 기상청

20일 현재 북반구 일기도. 미국을 가리키는 오른쪽 위 동그라미 영역에 쪼개진 극소용돌이 저기압(L)이 내려가 있는 모습. 한국(아래쪽 동그라미 영역)은 공기 흐름이 동서로 이어지며 북극 한파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사진 기상청

미국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파에 비상이다. 미 국립 기상청(NWS) 잭 테일 예보관은 BBC에 “로키 산맥, 북부 평원 등은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 초까지 체감 온도가 -30도에서 -50도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도에 가까운 플로리다주는 19일 한파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대피소를 안내했다.

한국은 현재 제트기류 밖에 있어 기온이 올라간 상태다. 하지만 언제든지 제트기류가 한반도보다 남쪽으로 내려오며 북극 한파를 가져올 수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현재 미국은 제트기류가 내려가며 공기 흐름이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강화했지만 한국은 동서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추위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흐름이 바뀌면 한국도 강추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