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호차장, 경호처 직원들에 극우 유튜브 링크 퍼날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2차 집행 전 경호처 부장단 오찬에서 총기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경호처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 비화폰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고 직원에게 통보하고,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엔 직원들을 직접 찾아가 저지에 나서라고 했다는 진술도 받았다.

 
20일 특수단에 따르면,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 5일 전인 지난 10일 부장단 오찬에서 윤 대통령이 “영장 집행 시 총을 쏠 수 없는지 검토해보라”고 했고, 이에 김성훈 차장이 “알겠다”고 답변했다는 경호처 관계자의 진술이 나왔다. 또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영장 집행에 대비해 총 기관단총 2정과 실탄 80발을 대통령 관저 안으로 옮겨두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의 모습. 뉴스1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의 모습. 뉴스1

 
이와 함께 계엄 뒤 대통령실 관계자가 수사 선상에 오르자, 지난달 중순쯤 김 차장이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통화 기록을 삭제하라는 지시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다만 서버 관리 담당 직원은 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오전 소환한 김신 경호처 가족부장을 대상으로도 이같은 내용을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후 수도방위 사령관 등과 나눈 통화 내역을 지우라고 윤 대통령이 지시한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초소 총기 2정 관저 내부 초소로 배치한 것뿐"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은 “대통령은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김 차장 조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총기 사용 검토 지시 역시 사실이 아니다. 시위대가 매봉산으로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할 것이라는 제보가 있어 이 경비본부장이 외곽을 경비하는 관저 초소의 총기 2정을 관저동 내부 초소로 배치한 것뿐”이라고 부인했다. 김 차장 측도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적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시 받은 적도 없다”며 “총기 사용 역시 검토하거나 검토하도록 지시받은 적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도록 경호처 지휘부에 직접 지시하고, 김성훈 차장이 이를 앞장서서 추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경찰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모든 지시는 박종준 당시 경호처장이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에 협조한 박 처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 차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 차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100만명 탄핵 반대 성명” 극우 유튜브 링크 공유 

경호처 내부에선 김 차장이 직원들에게 12·3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공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차장은 계엄 선포 이후 간부 50여명을 모아 놓고 좌파·간첩을 척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튜브 내용을 공유하거나,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엔 탄핵 반대 100만명 서명 링크를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한 경호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은 국가적 위기 상황 때마다 국론을 분열시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종북 세력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라거나, 국민 선택을 받은 정당한 직무 행위이므로 탄핵은 범죄라는 극우 유튜버의 주장이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경호처 직원들은 “왜 사상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며 황당해하면서도 보복성 인사조치 등을 걱정해 쉽게 문제 제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경호처 직원은 “상부가 개인적으로 서명 운동 링크를 보내면 (서명을) 하라는 것 아니냐. 사실상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경호처 관계자는 “평소 인사팀을 장악한 김 처장이 말 안 듣거나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면 한직으로 보냈다는 말이 있어 다들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여러가지를 하다 보면 기사같은 것도 공유한다. 그런 적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뭘 올렸는지는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폐쇄회로(CC)TV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인근 모습. 뉴시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폐쇄회로(CC)TV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인근 모습. 뉴시스

국수본은 지난 11일 김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비화폰 서버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점, 경호처 내부망에 체포영장 방해를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삭제하게 한 점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서울서부지검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강수사 후 조만간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1시40분쯤부터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안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앞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당시 수색 범위에 안가가 포함돼 비상계엄 당시 문건과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 했지만 경호처로부터 집행불능사유서를 받고 3시간 30분 만에 철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료 임의제출 요구했고 답변은 공문으로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