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통한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한국산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 대한 막바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수출 물량은 25문 플러스 알파( α)로 논의 중”이라며 “30문 안팎의 K9을 도입한 호주·노르웨이 등 서방 국가들과 견줘도 작지 않은 규모”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양국 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이르면 다음 달에도 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계약을 주관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에선 수출 금액으로 보면 약 3억 달러(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종 성사시 베트남은 튀르키예·폴란드·노르웨이·루마니아·호주 등에 이어 11번째 K9 구매국이 된다. K9을 유럽 등 서방이 아닌 동남아 지역에 수출하게 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그간 주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과 방산 협력을 추진해 왔다.
한·베, 과거 적국에서 방산 협력국으로
또 베트남이 K9을 구매하게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인 155㎜ 구경의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된다. K9은 미 육군의 사거리 연장유도포탄인 엑스칼리버 155㎜ 포탄도 호환이 된다.
이와 관련, 미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베트남의 한국산 무기 채택이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동아시아의 지정학 구도에서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최근 수년 간 중국 견제를 위해 과거 적국이었던 베트남과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155㎜ 포 도입, 탈중국 신호탄 될까
특히 베트남 육군의 포병 강화는 대중국 견제 전략과 직결된다는 평도 있다. 베트남은 동북부는 중국과, 서부는 캄보디아·라오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베트남으로선 중국과의 직접적인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은 물론이고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
대외경제연구원(KEIP)은 지난해 5월 정세 분석에서 “최근 베트남의 방위 전략 상 국경에서 육군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베트남 당국은 새로운 주력 전차와 개선된 포병 시스템 등 육군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고도 짚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육군 현대화 과제를 위한 파트너로 한국을 택한 셈이다.
제조사인 한화 측에 따르면 K9 자주포는 155㎜ 포신을 쓰며 K307포탄을 통해 사거리 40㎞의 화력 지원이 가능하다. 통상 분당 6~8발 사격이 가능하고, 급속 발사시 15초 이내 포탄 3발을 쏠 수 있다. 사격 직후 새로운 사격 정보를 받아 60초 안에 다음 사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신속 진지 변환(shoot-and-scoot)' 기능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사막·설원 등에서도 기동성·생존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