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더불어민주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대 국회에서 당의 첫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당시 원내부대표단과 부부 동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모임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자 지난달 5일 독일에서 급거 귀국한 김 전 지사 부부도 함께 해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김 전 지사도 우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던 부대표단의 일원(원내협치담당 부대표)이었다. 이외 박홍근·조승래·위성곤·유동수·강훈식 의원과 조응천·제윤경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만찬장에서 각자의 근황을 차례로 전하던 중에 조응천 전 의원이 “여기 인물들 참 많으시네”라며 좌중을 주목시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보로빵 한가지만 팔란 법 있나. 우리도 대전 빵집 ‘성심당’처럼 튀김 소보로도 팥빵도 같이 팔자”고 소리 높였다고 한다. 조 전 의원은 건배사로 “튀김소보로”를 선창했고 참석자들은 “우원식 파이팅”이라고 후창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 A씨는 “윤 대통령 체포로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야권에서도 후보를 여럿 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들렸다”며 “이재명 대표만이 후보란 법이 있냐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B씨는 “조금 이른 얘기긴 하지만 과거엔 당내 친명계 뿐 아니라 NY계(이낙연계), SK계(정세균계), 무(無)계파 등이 한 데 자리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했는데. 최근 당의 모습에선 그런 역동이 없다는 일침으로 들렸다”고 했다.
조 전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강성 친명 지지자와의 결별과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참석자 C씨는 “각자 근황을 얘기하는 자리였는데 조 전 의원이 다소 정치적 발언을 해 외려 불편했다”고 했다.
우 의장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국회 본회의 의결로 2시간 만에 신속하게 해제하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적자로 평가 받는 김 전 지사는 귀국 이후 원내외 인사들과 접면을 넓히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 내에서도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조금씩 윤곽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만찬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날이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 D씨는 “공관 저녁은 이전부터 잡혀있던 일정인데 취소될 뻔하다가,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