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도부 내에서도 “‘이재명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추경에 절대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경을 하겠다는 이유는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 확보”라며 “그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세수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화폐를 빼고 추경을 검토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확장재정’에 선을 그으며 추경 편성에 반대해왔다. “가불 추경”, “땜질식 처방” 등 강한 어조였다. 지난해 말 민주당이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 처리를 감행한 후에도 “무차별 현금 뿌리기식 낭비성 추경은 절대 안 된다”(7일 김상훈 정책위의장),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14일 권성동 원내대표)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침체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며 정부ㆍ여당을 재차 압박했다.
여당 내 ‘봄 추경론’이 힘받는 배경엔 최근 하방 압력이 심해지고 있는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소비나 내수 등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졌고, 계엄 등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2%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당연히 추경이 필요하다. 15조원에서 20조원 정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도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를 만나 “조속한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여당이 추경에 대해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선 걸 두고 가시화한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구속된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이제 대통령과 결별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3선 의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정부ㆍ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재정을 집행해 민생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결국 추경은 여당의 카드인데 야당이 나서서 이슈를 선점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최근 정책 어젠다를 담당할 특위를 신설하며 당의 민생 기능도 보완하고 있다. 윤희숙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와 전략기획특별위원회(조정훈 위원장)에 이어 김상훈 정책위의장 산하에 ‘정책어젠다발굴TF’도 신설할 방침이다. 경제활력민생특위는 21일 첫 전체회의를 연다. 특위 관계자는 “슬로건은 ‘그늘을 밝히고 경제에 활력을’로 삼으려고 한다. 약자를 챙기는 정책을 발굴하고 입법 등 지원 방법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