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021년 대선 경선 후보 시절 모교인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방문해 후배인 야구부원들과 오르막길을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8일, 충암고 홈페이지에서 주요 동문을 소개하는 ‘포커스 충암인’ 게시판에 이같은 글이 올라왔다. 총관리자는 ‘충암의 아들 윤석열 동문(8회)’이라는 글에서 “못난 대통령이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희생양이든 평가는 훗날 역사가에 의해 내려질 것”이라며 “밉든 곱든 충암인이기에 그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동문의 뜻을 모아 바란다”고 했다.
동문 사이에선 “공식적인 창구에서 내란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선 “국민과 사법 체계가 윤 대통령 잘못을 주장하고 있는데 총동문회 총관리자가 윤 대통령을 지원하는 글을 올린 건 아무리 선배라지만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졸업생은 “동문이라는 이유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어려웠는데, 내란 옹호로밖에 볼 수 없는 표현을 올린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글은 지난 20일 수정됐다. 논란이 된 ‘신의 가호’ 부분을 삭제하고 “모교가 대통령을 배출한 수도권 최초의 인문고라는 자랑스러운 명예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그가 지워질 수 없는 충암인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충암인의 염원을 모아 이번 사태로 요동치는 대한민국 정국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충암고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관련 글. 홈페이지 캡처
실제 충암고 총동문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집행부 회의에 참석했던 총동문회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의견이 워낙 분분해 회의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대선 당시 충암고 동문들은 ‘윤석열을 사랑하는 충암인 모임(윤충모)’을 조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12·3 비상계엄 선포에 연루된 김용현(7회)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17회) 전 국군 방첩사령관, 이상민(12회)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충암고 재학생들이 폭언·협박을 겪는 등 학교에 불똥이 튀면서 등하교 시간 학교 주변 순찰이 강화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