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20일) 개강한 서울의대 본과 3학년 수업엔 약 40명, 4학년 수업엔 30여명이 각각 출석했다. 학년별 정원(135명 기준)을 고려했을 때 두 학년 정원(270명)의 약 25%(70명)가 학교에 복귀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수업에 참석한 학생의 이름·학년 등을 적은 복귀자 명단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본 일부 이용자들은 “잡아 족쳐야 한다”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한다” “돌아간 30%를 빨리 잘라내자”와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병원 오면 가만 안 두겠다”라며 서울대 의대생 전체를 겨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서울의대 본과 4학년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타대 의대생이 들어와 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채팅방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위협을 느낀 학생 몇몇은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 본과 3·4학년 과정의 개강은 다른 의대에 비해 이른 편이라 이들의 복귀 상황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의대 한 학장은 “복귀 의사가 있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폐쇄적인 블랙리스트 문화가 의대생·전공의의 복귀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귀자들은 보통 ‘감귤(감사한 의사)’로 지칭된다. 서울대 의대는 의료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김윤대(김윤+대학)’라고 불리고 있다.
한 의대생은 “복학 찬반 투표에서 복귀를 찬성하더라도 실제 복학을 하는 순간 이름이 공개되기 때문에 (복학을) 쉽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자율적 선택에 따른 일을 집단으로 매도하고 괴롭히니 (복귀를 원하는) 소수 목소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명예훼손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메디스태프 대표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며 “글에서 위법행위가 발견된다면 수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