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북·중 간 최대 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 지역에 '북송사무소'를 만들었다. 합법적인 비자가 없거나 기존 비자가 만료된 북한 노동자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신속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사무소 설치 목적이다.
한 소식통은 또 "최근 중국 정부에서 북한인 상주 인원을 신규로 파견하는 것 자체를 불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수백명 단위의 노동자 파견 계약을 마친 중국 업체들이 노동자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북한 무역대표부도 신규 간부를 파견받을 수 없어서 기존 인력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뒤 후임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단속의 수위는 인력 파견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중국에 체류 중인 북한 국적자의 영업 행위를 제한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최근 중국은 자국 내 모든 지역에서 북한 국적자의 회사(법인) 등록을 불허하고 있으며, 기존 회사는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이에 북한 당국과 무역회사들은 일부 사업체를 러시아로 이동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단둥 세관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이삿짐에서 대북제재 물자가 계속 적발된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이삿짐의 통관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접경 지역에서 중국 세관의 단속이 심해지자 항공편을 이용한 귀국 수요가 증가했고, 북한 당국이 조만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증편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단속 강화로 기존의 밀수 루트도 직격탄을 맞는 분위기다. 소식통은 "북·중 간 내륙 교역 거점인 창바이-혜산 및 린장-중강 일대에서 대북 밀수업자들이 잇달아 체포되는 등 단속이 심해졌다"며 "창바이와 린장에는 밀수 차량이 일감이 없어 도로 곳곳에 주차돼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실제 북·중 간 균열 징후는 공개적으로도 포착된다. 지난해 75주년을 맞았던 '북·중 친선의 해'는 폐막식조차 열지 못한 채 용두사미 식으로 막을 내렸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인터넷 사이트에 걸려있던 '조중친선의 해' 특집페이지로 연결되던 기념 배너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조하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러 친선관계' 배너로 교체됐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4년 북·중 교역액이 전년도(22억 9500만 달러·약 3조 2022억원)보다 5% 가까이 줄어든 21억 8000만 달러(약 3조 1368억원)를 기록한 것도 중국의 대북 거리두기가 양국 간 물자 교류에 영향을 끼쳤다는 방증일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중국의 위기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라며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가 크게 축소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