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에 손배 2심 패소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예훼손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예훼손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 훼손 논란이 있는 책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68) 세종대 명예교수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1심과 달리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저서는 학문적 표현물에 해당하고, 박 교수가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부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며 위안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2-1부(장석조 배광국 박형준 부장판사)는 22일 고(故)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1심은 1인당 1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해당 저서는 학문적·객관적 서술"이라며 "원고들이 감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그러한 불이익과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를 비교·형량해봤을 때 피고가 수인 한도를 넘어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의 견해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견해일 수 있다"면서도 "이는 학계나 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고, 불법행위 책임을 쉽게 인정한다면 자유롭게 견해를 표명할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위안부 문제를 제국주의 욕망에 동원된 '개인의 희생'으로 보는 내용을 담은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했다.

이옥선 할머니 등 9명은 해당 저서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신적 위안자',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 처녀',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한 문구 34개가 있다며 명예훼손을 이유로 1인당 3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박 교수를 상대로 2014년 7월 냈다.

1심 판결은 2년 뒤인 2016년 나왔지만, 이와 별도로 박 교수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느라 민사 재판은 진행을 멈췄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박 교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고, 지난해 4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