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뒤통수 맞은 민간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 전원 구제...새 사업자 나설지는 미지수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들이 지난해 9월 풍선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 3·4블록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들이 지난해 9월 풍선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공공택지 민간 아파트 사전청약에 당첨된 후 시행사의 사업 포기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은 피해자가 구제 받을 길이 열렸다. 사업이 취소된 부지에서 후속 사업자가 민간·공공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당첨 취소자를 우선 입주자로 선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민간 사전청약 취소 사업장은 7곳, 당첨 취소자는 713명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첨자 지위를 후속 사업자에 승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文정부 때 부활했다가 다시 폐지 

민간 사전청약 제도는 공공택지 내에서 민영 분양주택을 지을 때 입주자 모집을 2~3년 앞당겨 받는 제도다. 2009년 도입했다가 입주 지연 문제로 2년 만에 폐지된 이 제도를 문재인 정부가 2021년 7월 부활시켰다.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본청약 연기 등 이전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며 2022년 12월 다시 폐기됐다. 민간에 이어 공공 분양주택 사전청약도 지난해 5월 중단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사업 취소 피해 고스란히 떠안은 당첨 취소자  

제도 폐지 전 민간 사전청약이 시행된 곳은 전국 45개 단지. 이 중 20곳은 본청약을 완료했고, 18곳은 본청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7개 단지에선 사업자가 지난해 연이어 백기를 들었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피해는 청약 당첨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이미 당첨돼 다른 청약 신청은 불가능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신혼부부 특공 자격(혼인 신고 후 7년 이내)을 잃은 이들도 있었다. 익명을 원한 부동산 전문가는 “본청약을 앞둔 18곳 중 일부에서도 택지 중도금 납부, 사업성 악화 등으로 본청약이 지연되거나 사업이 취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18곳에서 사전청약 당첨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3217명이다.  

피해자 청약 당첨 지위 유지하기로  

결국 국토부는 피해자의 청약 당첨 지위를 유지해 주기로 했다. 또한 사업이 취소된 부지를 사들여 아파트를 짓는 후속 사업자가 당첨 취소자를 우선 입주자로 선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때 당첨 취소자는 기존 청약 신청분과 같거나 유사한 면적에 신청해야 한다. 후속 사업자는 단지별로 당첨 취소자 가구 수 만큼 별도의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


민간(2022년 12월)에 이어 공공분양주택 사전 청약제도도 지난해 5월 폐지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당시 서울 송파구 뉴:홈 위례 홍보관. 연합뉴스

민간(2022년 12월)에 이어 공공분양주택 사전 청약제도도 지난해 5월 폐지됐다. 사진은 지난해 5월 당시 서울 송파구 뉴:홈 위례 홍보관. 연합뉴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시공비 상승 등으로 사업이 취소된 택지를 사들일 새 민간 사업자가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후속 사업자가 선정되더라고 주택 유형이나 설계 변경, 분양가 상승 등을 당첨 취소자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김헌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토지(택지) 재매각 가능성은 상당히 큰 것으로 판단한다”며 “매각이 유찰됐을 때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대책은 분양가 상승이나 추가적인 입주 지연 등 많은 불확실성에 대해 당첨 취소자들이 인정하고 수용해 준 덕분”이라며 “향후 수시로 소통하면서 주거 문제가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