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특히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는 국가(abuser)이지만, 유럽은 우리에게 매우 나쁘다(very very bad)”라며 사실상 유럽을 중국에 이은 다음 타깃으로 지목했다.
“中, ‘마약사범 사형’ 약속 어겨…10% 관세 부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날짜는 아마도 2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인 지난 17일에도 시 주석과 통화 했다. 트럼프는 다만 “시 주석이 (펜타닐과 관세에 대한)내 입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것 외에 관세에 대한 많은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中은 미국 ‘악용 국가’지만, EU는 ‘나쁜 국가’”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도중 “중국은 (미국을)남용하는 국가이지만, EU는 우리에게 매우, 매우 나쁘고 우리를 매우 나쁘게 대한다”며 갑자기 화제를 유럽으로 돌렸다.
그는 “그들은 미국의 자동차와 농산물을 전혀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EU에 350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그래서 나는 유럽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공정성을 되찾기 위해선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관련해서도 유럽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에는 바다(대서양)가 있는데도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유럽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바이든은 (EU보다) 2000억 달러를 더 지불했는데 EU는 미국을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GDP의)2%가 아니라 5%를 방위비로 내야 한다. 2%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中 “수입 늘리겠다”…중러 정상 ‘화상’ 대책 논의
트럼프의 압박을 받는 중국의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연설에서 “균형 잡힌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더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입국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산 물품의 수입을 늘리겠다는 ‘항복 선언’에 가깝다.
딩 부총리는 이어 EU를 향해 ”정상적인 경제와 무역 협력을 방해할 장벽을 세우고 있다”고 비판하며 트럼프에게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유럽을 문제 삼았다. EU는 현재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압력을 가했다. 그는 “시 주석과 ‘중국이 많은 힘을 가졌고, 당신이 (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선 “우크라이나와의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며 강하게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중·러 정상은 이날 화상회담을 통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관세 폭탄’ 장전…한국에도 ‘시한 폭탄’?
트럼프는 취임 당일 무더기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예고했던 보편관세에 대한 시행은 일단 유예하며, 4월 1일을 시한으로 미국의 무역 적자 상황과 환율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다. 특히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칭하며 바이든 정부와 맺은 방위비를 9배로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한국에 관세 등을 동원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취임 당일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로 칭한 뒤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과의 통화에서도 김정은의 안부를 묻는 등 안보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백악관 내부에서도 보편관세에 대한 일부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트럼프가 중국에 이어 유럽 동맹국에 대한 관세 압박을 시작하면서 ‘약점’을 가진 한국에도 시한폭탄이 켜진 상황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日 손정의 회장, 취임 후 첫 회견에도 등장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일본 소프트뱅크·미국의 오라클이 인공지능(AI) 산업에 최소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합작회사 ‘스타게이트’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스타게이트는 차세대 AI 발전의 동력이 될 물리적, 가상적 기반 시설을 구축할 것”이라며 “내가 아니었다면 이 투자금은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손정의 회장은 지난 16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으로 개최한 첫 회견에 이어, 현직 신분으로 개최한 이날 첫 회견에서도 트럼프와 나란히 등장했다.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손정의는 트럼프의 ‘절대 반지’에 키스를 하러 온 일본의 기술 거물(tech titan)”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탄핵 정국을 거치며 리더십 붕괴 상황에서 트럼프 2기의 출범을 맞이한 한국의 기업은 트럼프 측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수의 기업인들이 트럼프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미했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범석 쿠팡Inc 의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 일부를 제외하면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